‘앉아 있는 시간’ 줄이기…주 150분 운동보다 더 중요[건강팩트체크]

  • 동아닷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의 몸은 자연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살아가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산업혁명이 모든 것을 바꿔놨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도시에 살며 하루 6~8시간 앉아서 생활한다. 이런 변화는 불과 200~300년 만에 이뤄졌다. 그 결과 많은 현대인이 신체 활동 부족 상태다.

신체 활동 부족은 활동량에 대한 최소 지침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에게 일주일에 150~300분의 중강도 활동(빠르게 걷기, 가벼운 자전거 타기) 또는 75~150분의 고강도 활동(달리기, 테니스)과 함께 주 2회 이상의 근력운동을 권고한다. 그러나 실제 이를 실천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질병관리청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의 중강도 이상 신체 활동 실천율은 26.0%로, 4명 중 1명만 이 권고 기준을 충족했다. 근력운동을 주 2회 이상 하는 비율 역시 2022년 기준 26.1%에 불과하다(국민체육진흥공단).

활동량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앉아서 보내는 시간(좌식 시간)이 더 길어진다. 가속도계를 활용해 활동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한 일부 연구에서는 성인의 하루 앉아 있는 시간이 최대 10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은 단순한 습관의 문제가 아니다. WHO에 따르면 신체 활동 부족은 고혈압, 흡연, 고혈당에 이어 4번째 주요 수정 가능 사망 위험 요인이다. 신체 활동을 10%만 늘려도 조기 사망 5억 건을 예방할 수 있다는 추정도 있다.

앉아 있기만 했을 뿐인데, 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행동이 건강과 질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연구하는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 보건과학부 스콧 리어 교수는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 기고에서 “신체 활동 부족은 단순히 운동을 안 하는 것의 반대 개념이 아니라 독특한 생리적 변화를 일으키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리어 교수에 따르면 앉아 있는 동안 우리 몸에서는 여러 가지 독특한 생리 변화가 나타난다.

먼저 신진대사가 느려진다.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자동차가 신호 대기 중일 때 연료 소비가 급감하는 것과 비슷하다.

앉아 있는 상태가 지속되면 혈액 속 중성지방이 점차 쌓일 수 있다. 동시에 몸에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들면서 특정 효소의 생성도 감소한다. 지단백 리파아제(LPL)가 대표적이다. 이 효소는 혈액 속 지방을 분해하여 근육과 장기가 에너지로 사용하도록 돕는다.

동물 실험에서 활동량이 줄어들수록 LPL 수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활동적 생활이 수개월, 수년에 걸쳐 지속되면 과도하게 축적된 지방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혈당 조절 이상을 유발해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근육 역시 영향을 받는다.
근육은 움직여야 강한 상태를 유지한다. 사용하지 않으면 점차 위축되고 약해진다.

또한, 장시간 앉아 있으면 다리 쪽으로 혈액이 고이면서 하지정맥류나 심부정맥혈전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치매, 암, 심혈관 질환, 조기 사망 위험 증가와 연관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오래 앉아있어도 운동하면 상쇄되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이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활동적인 사람은 비활동적인 사람보다 건강 위험이 낮다. 하지만 앉아 있는 시간 자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의사협회 저널 심장학(JAMA Cardiology)’에 2022년 발표한 연구(리어 교수 공동 저자)에 따르면,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조기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운동량이 적은 사람에서 그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WHO 권고 기준을 충족한 사람이라도 하루 6시간 이상 앉아 있을 경우, 운동 기준에는 미달하나 앉아 있는 시간이 6시간 미만인 사람과 위험 수준이 비슷했다는 것이다.

이는 운동이 분명 보호 효과가 있지만, 앉아 있는 시간 자체도 독립적인 건강 위험 요인임을 의미한다.

단순히 앉아 있는 행동을 서 있는 것으로 바꾸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예를 들어 스탠딩 데스크를 사용하더라도 활동량 자체가 증가하지 않으면 큰 효과가 없다. 장시간 서 있는 행동 역시 오래 앉아 있는 것과 비슷한 대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거기에 더해 근육 피로, 하지 정맥류,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 위험도 제기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앉아 있는 시간의 일부를 움직임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 하루 4시간 이상 좌식 생활을 하는 사람의 경우, 앉아 있는 시간 중 30분만 움직임으로 대체해도 조기 사망 위험이 약 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업무 중 30분씩 따로 시간을 내 움직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연속으로 앉아 있는 시간을 틈틈이 끊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방법은 약 30분마다 일어나 2분간 주변을 가볍게 걷는 등의 활동적인 움직임을 갖는 것이다. 이 정도면 신진대사 유지, 인슐린과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움직이며 전화 받기, 걸으며 회의하기 등도 좋은 실천 방법이다.

리어 교수는 “활동적인 생활이 건강에 좋다는 것만큼, 앉아 있는 생활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 또한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oi.org/10.1001/jamacardio.2022.1581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