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은 시니어 모델…필라테스로 몸 만들고 있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1일 12시 00분


코멘트
“어느 순간 저에게 ‘은퇴한 뒤 뭐 할 거예요’라는 질문이 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영어과 교수로 살아온 저는 은퇴하다는 영어 단어 Retire를 색다르게 해석하고 싶었죠. Re-tire, 타이어를 다시 끼우자. 연식이 된 차에 타이어를 바꿔 끼고 인생 2막을 시작하자는 뜻이죠.”

서경희 한국외대 교수가 은퇴 뒤 시니어 모델로 ‘인생 2막’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필라테스(왼쪽)로 몸을 만들어 시니어 모델(오른쪽)로 활동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서경희 교수 제공
서경희 한국외대 교수가 은퇴 뒤 시니어 모델로 ‘인생 2막’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필라테스(왼쪽)로 몸을 만들어 시니어 모델(오른쪽)로 활동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서경희 교수 제공
8월 정년 퇴임을 앞둔 서경희 한국외대 영어대학 ELLT학과 교수(65)가 선택한 새 타이어는 시니어 모델이다. 그는 “그동안 머리를 써 살아왔다면 이제 몸을 쓰는 삶도 좋을 것 같다. 특히 몸을 쓰니 심신의 건강도 따라와 더 좋다. 자세가 좋아지고 걸음걸이가 달라지니 자신감도 넘친다”고 했다.

서 교수는 8년 전부터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수업하고 나면 목과 어깨, 허리가 아팠다. 거북목에 허리 측만이었다. 한의원에 가서 침 맞고, 병원도 찾았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인의 권유로 필라테스를 시작했고, 주 2회 1시간씩 몇 년 꾸준히 하다 보니 통증이 사라졌다. 미국 유학 시절부터 웨이트트레이닝 등 운동을 꾸준히 했던 그에게는 필라테스가 딱 맞는 운동이었다.

서경희 한국외대 교수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이솝필라테스에서 척추의 유연성과 몸의 옆면을 부드럽게 해주는 사이드 스트레치를 하고 있다. 8년 전 필라테스를 시작해 목과 어깨, 허리 통증에서 해방된 그는 몸을 잘 만들어 은퇴 후 시니어 모델로 활동할 계획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어요. 아주 어렸을 땐 ‘얘는 오래 못 살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해요. 그래서 어머니께서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그래도 아파서 출석하지 못하는 날이 있어 개근상을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어요. 초등학교 때 체육은 언제나 ‘미’였죠. 미국에서 공부할 때 체력이 너무 약해 따라가기 힘들어 운동을 시작했죠. 처음엔 에어로빅체조, 나중엔 짐(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해 혼자 체력 관리했어요. 그래도 천성이 어디 가겠어요. 몸이 그다지 건강하진 못했죠. 그런데 필라테스를 만나면서는 완전히 달라졌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교수를 하면서도 꾸준하게 체력 관리는 했다. 아파트 짐에서 운동하고 PT(Personal Training)를 받았기도 했다. 그는 “하지만 뭔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필라테스는 오랫동안 그를 괴롭히던 목과 어깨, 허리 통증을 사라지게 했다. 몸자세도 반듯해졌다. 서 교수가 찾고 있는 이솝 필라테스 이은형 원장은 “서 교수님은 몸매는 날씬했는데 코어 근력이 부족했다. 특히 직업적인 특성 때문인지 목과 어깨 등이 긴장돼 있었다. 그래서 코어 근력을 키우면서 어깨와 등 부분의 유연성을 강화했더니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했다.

서경희 한국외대 교수(왼쪽)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이솝필라테스에서 이은형 원장의 도움을 받으며 필라테스 동작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필라테스는 20세기 초 독일 출신의 요셉 필라테스(Joseph Pilates)가 개발한 운동법이다. 반복적 동작을 통해 몸의 긴장을 풀어주면서 근육을 강화한다. 몸의 중심부인 코어 근육(복부, 등, 엉덩이, 허벅지 등) 및 관절 근육을 강화해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해 최근 어르신들에게 좋은 운동으로 떠오르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유연성과 근력이 떨어진 시니어들에게 적당한 운동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음은 이은형 이솝 필라테스 원장의 말이다.
“필라테스는 코어를 기반으로 해서 우리 팔과 다리로 뻗는 힘을 키워줘요. 그래서 우리가 전체적으로 몸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줍니다. 운동선수 및 무용수 재활로도 활용될 뿐만 아니라 체형 교정,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몸의 밸런스를 찾아주기 때문에 시니어분들에게 좋습니다.”

셔경희 한국외대 교수가 2018년 찍은 보디프로필 사진. 서경희 교수 제공.
셔경희 한국외대 교수가 2018년 찍은 보디프로필 사진. 서경희 교수 제공.
서 교수는 몸이 좋아지면서 2018년엔 보디프로필도 찍었다.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을 추가해 주 4~5회 3개월 운동한 뒤 찍었다. 40층짜리 빌딩 계단도 올랐다. 몸은 힘들었지만 잘 만들어진 몸을 보니 보람도 있었다”고 했다. 서 교수는 필라테스로 자세가 좋아지면서 은퇴 뒤 몸을 활용한 삶도 고민하게 됐다. 그게 시니어 모델이다. 그는 “어렸을 때 종이에 그림 그려 인형에 옷 입히는 것을 좋아했다.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어쩌다 보니 학자로 33년을 살았다. 이젠 머리가 아닌 몸을 쓰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모델 수업은 백화점 문화센터에 가서 받는다. 서 교수는 “비용도 저렴하고 꼭 모델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바른 자세로 걷고 싶은 분들이랑 함께해서 좋다”고 했다. 자세 바르게 하고 걷는 법을 배운다. 그는 “벽에 몸을 대고 서 있기, 발 사이에 테니스공 넣고 뒤꿈치 들기 등 자세 훈련을 평소 요리하면서도 한다. 이젠 수시로 자세를 바르게 잡는 게 습관이 됐다. 모델 훈련을 하다 보면 굳이 무대에 서지 않아도 내 자세를 꾸준하게 관리하게 된다”고 했다.

서경희 한국외대 교수가 2023년 11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열린 미스 스쿠버 세계대회초청 쇼에 출연하고 있다. 서경희 교수 제공.
서경희 한국외대 교수가 2023년 11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열린 미스 스쿠버 세계대회초청 쇼에 출연하고 있다. 서경희 교수 제공.
서 교수는 요즘 뒤꿈치 들기를 건강을 위해서 많이 하고 있고, 주위 지인들에게도 적극 권유하고 있다. 종아리 근육은 흔히 ‘제2의 심장’이라고 불린다. 심장에서 흘러나와 종아리까지 내려온 피를 다시 뿜어 올리기 위해선 종아리 근육이 큰 역할을 한다. 나이가 들면 종아리 근육이 자연 감소하는 게 문제인데 뒤꿈치 들기 동작 운동이 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발뒤꿈치를 바짝 들어 올려 잠깐 멈춘 뒤 다시 내리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이 운동을 요리할 때 등 수시로 하고 있다.

3년 전부터 시니어 모델로 무대에도 섰다. 지금까지 약 10번 정도 출연했다. 서 교수는 2023년 11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열린 미스 스쿠버 세계대회초청 쇼에 출연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당시 전 세계 500여 청중들 앞에서 패션쇼 하는 그 자체에 정말 감격했다”고 했다.

서경희 한국외대 교수가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모습. 서경희 교수 제공.
서경희 한국외대 교수가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모습. 서경희 교수 제공.
필라테스는 그의 건강 지킴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 귀에 생기는 가장 악성 질병인 ‘메니에르병’에 걸린 적 있었는데 필라테스 덕분에 쉽게 나았다. 메이에르병은 어지럼증과 청력 저하, 이명(귀울림), 이충만감(귀가 꽉 찬 느낌) 등의 증상이 동시에 발현되는 질병이다. 서 교수는 “당시 휴직을 해야 하나 고민까지 했었다. 그런데 균형감각을 바로 잡아주는 필라테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필라테스를 주로 하지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다른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시간 날 때 집(서울 강남구 삼성동) 근처 양재천이나 남산을 걷는다. 아파트 짐도 자주 들러 근육운동을 한다. 조만간 다시 보디피로필을 찍을 계획이다. 그는 “한 번 찍고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이젠 시간도 많아질 것이니 다시 시도하고 싶다. 물론 운동을 많이 해야 하고 식단도 조절해야 되기 때문에 큰 결심이 필요하다”며 웃었다.

서경희 한국외대 교수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이솝필라테스에서 스프레드 이글이란 동작을 하고 있다. 척추의 유연성과 분절 움직임을 향상시키고, 어깨 주변 근육을 안정적으로 강화해 주는 전신 운동으로 고도의 전신 근력이 필요하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과거엔 미인의 기준으로 예쁜 피부와 얼굴을 봤다면 요즘은 자세를 봐요. 운동 열심히 해 만든 자세는 건강 그 자체죠. 나이는 먹더라도 건강한 자세를 만들면 훨씬 젊어 보이죠. 필라테스는 저에게는 차에 주유하는 것과 같은 의미죠. 연식은 오래됐지만 필라테스로 몸 잘 만들고, 시니어 모델이란 새 타이어로 다시 씽씽 달릴 준비에 너무 행복해요.”
#서경희#필라테스#시니어모델#건강#운동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