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키우며 댄스스포츠로 유산소 운동…인생이 즐거워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2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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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세인 강찬수 씨는 5월 미스터서울 & 미즈서울 선발대회 마스터스 60세 이상부에 출전했다. 7명 중 6위를 했지만 뜻깊은 경험이었다. 15년 넘게 피트니스센터에서 몸 관리해 오면서 단 한 번도 생각지도 못했던 도전을 감행해 거둔 성적이라 의미 있었다.

강찬수 씨가 5월 열린 미스터서울 & 미즈서울 선발대회 마스터스 60세 이상부에 출전해 연기하고 있는 모습. 강찬수 씨 제공.
강찬수 씨가 5월 열린 미스터서울 & 미즈서울 선발대회 마스터스 60세 이상부에 출전해 연기하고 있는 모습. 강찬수 씨 제공.
“4개월여 음식 조절하며 집중적으로 훈련했어요. 힘들었죠. 85kg이던 체중이 75kg까지 줄었죠. 대회 당일 무대에 올라 여러 포즈 중 하나를 제대로 하지 못해 당황하기도 했지만 제 인생에서 잊지 못할 추억이 됐습니다.”

강 씨는 50세 넘으면서 당뇨병 전 단계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운동을 열심히 하기 위해 친구들과 매일 아침 서울 종로구 파고다헬스클럽을 찾았다. 그는 “뭐 체계적으로 운동하기보다는 그냥 러닝머신 위를 걷고 달리다 가끔 역기를 드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10년 전 몸에 이상이 왔다. 그는 “눈동자에 이상이 생겨 쓰러졌고,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혈압이 200mmHg가 넘게 나왔다. 당뇨병 전 단계 판정 당시 약 처방도 받았는데 ‘운동을 열심히 하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약을 먹지 않았다. 그게 화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때부터 약을 먹으면서 유산소 운동을 위해 북한산 등 수도권 산도 오르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틈틈이 등산했다.

강찬수 씨가 서울 중구 피트니스101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약 15년 전 당뇨병 전 단계 판정을 받아 헬스클럽을 다니기 시작한 강 씨는 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근육을 만들어 71세가 된 올해 5월 보디빌딩 대회에 처음 출전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서울 불광역 2번 출구에서 나와 족두리봉 쪽으로 오르죠. 거기서 정릉, 성북동, 구기동 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죠. 무리하지 않고 다양하게 탈 수 있는 산이 북한산입니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됩니다.”

강 씨가 체계적으로 근육운동을 시작한 것은 4년 전부터다. 진광식 파고다헬스클럽 관장이 “제대로 운동해 보라”며 이인혜 트레이너(60)를 소개해 줬다.
“관장님이 보기에 제가 슬렁슬렁 운동하는 것처럼 보였나 봐요. 관장님이 ‘체형 비율이 좋으니 열심히 운동해서 대회에도 나가 보라’고 했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한마디로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죠. PT(개인 트레이닝)를 받기 전에는 무작정 힘만 썼다면 그때부터는 부위별 근육을 체계적으로 만들었어요.”

크게 상체 및 하체, 코어로 나눠 세밀하게 훈련받았다.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은 그냥 힘만 쓰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때야 알았다. 부위별로 세세하게 운동한 뒤에야 근육이 만들어지고 윤곽도 뚜렷해졌다”고 했다. 하지만 한동안 대회 출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당뇨가 있어 식이요법을 무리하게 하다 보면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올해 도전 안 하면 영원히 출전 못 할 것 같아 도전했다”고 했다.

강찬수 씨가 서울 중구 피트니스101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그동안 노력의 결실도 보고 싶었죠. 돌이켜보면 제가 보석 사업을 하며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데 그때마다 체력 때문에 버틸 수 있었어요. 이젠 운동은 꼭 해야 하는 하루의 중요한 일과가 됐습니다. 심신 건강의 원동력이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체력이었죠.”

현재로선 식이요법이 힘들어 대회 출전을 다시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큰 딸 부부랑 함께 사는 데 딸이 닭가슴살을 포함해 매일 ‘저염 저탄 고단백’ 도시락을 싸줬다. 딸이 아이들 돌보며 내 도시락까지 챙기다 보니 내가 봐도 너무 힘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먹고 싶은 것을 못 먹는 것보다 먹기 싫은 닭가슴살을 먹는 게 더 고통이었다”고 했다. 대회가 끝난 뒤 체중은 80kg으로 살짝 올랐지만 운동으로 이 체중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강찬수 씨(왼쪽)가 5월 열린 미스터서울 & 미즈서울 선발대회 마스터스 60세 이상부에 출전해 참가자들과 함께 연기를 하고 있는 모습. 강찬수 씨 제공.
강찬수 씨(왼쪽)가 5월 열린 미스터서울 & 미즈서울 선발대회 마스터스 60세 이상부에 출전해 참가자들과 함께 연기를 하고 있는 모습. 강찬수 씨 제공.
강 씨는 최근에 댄스스포츠도 시작했다. 그는 “아내가 배우라고 했다. 아내가 작은딸, 아들과 미국에 살고 있다. 그쪽에선 파티할 때 함께 춤추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라고 했다. 그래서 학원에 등록해 댄스를 배우고 있다. 왈츠와 탱고, 자이브, 룸바, 차차차 등을 추다 보면 2시간이 금세 지나간다”고 했다. 오전엔 무산소 운동인 근육 운동을 하고 오후엔 주 3회 춤을 추며 자연스럽게 유산소 운동을 하고 있다.

무산소 운동인 근육운동을 하면서도 유산소 운동(달리기 걷기 등산 춤)을 적절하게 해줘야 지방을 잘 태워 근육의 선명도를 높일 수 있다. 댄스스포츠는 유산소 운동으로 볼 수 있다. 허리와 복부 근육도 많이 쓴다. 이 때문에 자세가 교정되고 근육의 탄력도가 높아진다. 규칙적으로 댄스스포츠를 하면 체중도 감소한다. 체중과 나이, 성별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시간에 약 350칼로리를 소비한다. 격렬하게 출 땐 1시간에 700칼로리 이상 에너지를 태운다. 이는 시속 8km로 1시간 달리는 것과 비슷하다. 그만큼 에너지소비량이 높다.

한 댄스스포츠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 DB.
무엇보다 댄스스포츠는 춤 동작을 외워야 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파트너의 움직임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 것도 뇌를 활성화한다. 운동량도 높지만 순간적으로 뇌가 처리하는 데이터양도 엄청난 셈이다. 나이 들수록 머리를 잘 활용해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댄스스포츠는 치매 예방에 좋은 운동으로 볼 수 있다.

강 씨는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 주말엔 등산 대신 지인들과 어울려 스크린 골프를 친다. 그는 “덥기도 하고, 필드 나가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다. 스크린 골프는 시원한 실내에서 친구들과 재밌게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강 씨는 “미국에 가게 되면 아내를 포함해 가족, 지인들과 필드에 나가서 골프를 즐긴다. 그땐 또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인생을 살면서 보통 친구들이라고 불리는 ‘또래 집단’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강 씨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스크린 골프를 치고, 댄스스포츠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같은 연령대와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서 살 수 없다. 어울려 살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강 씨처럼 골프, 댄스스포츠, 헬스클럽 등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는 게 즐거운 삶에 큰 도움이 된다.

강찬수 씨가 서울 중구 피트니스101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요즘 너무 행복합니다. 당뇨 때문에 운동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이 나이에 제가 가장 건강합니다. 제 또래 친구들 10명 중 9명은 관절이 좋지 않거나 병에 걸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요. 전 매일 운동하며 춤도 추며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이런 게 삶의 즐거움 아닌가요.”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근육운동으로 몸이 바뀌면 자기 존중감이 상승한다”고 강조한다.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근육을 만들며 몸을 관리하면 건강은 물론 자존감까지 상승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근육을 키우는 데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2018년 9월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으로 쓴 ‘로보캅 근육으로 무장한 82세 최고령 보디빌더’의 주인공 서영갑 씨(89)는 “근육엔 나이가 없습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노인들에게도 근육 운동의 효과는 크다.

강찬수 씨가 서울 중구 피트니스101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산에도 많이 다녀 장딴지 근육도 잘 발달돼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990년 미국의사협회 저널(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90세 어르신들의 고강도 근육훈련(부제 골격에 미치는 효과)’가 발표된 이후 노인들도 근육운동을 하면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JAMA에는 90세를 넘긴 남녀 9명을 대상으로 8주간 강도 높은 근력 훈련시켰다. 보스턴 소재 재활센터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대상이었고 몸이 좋지 않지만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을 선별해 실시했다. 그 결과 근력이 174%±31%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걸음걸이도 48%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에서는 저 강도보다는 고강도 근력훈련이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이 들수록 근육운동을 하면 몸을 젊어지게 만든다. 근육이 생기면 자세가 좋아진다. 걸음걸이도 똑바르게 된다. 근육은 성호르몬을 활성화시킨다. 성장호르몬도 배출한다. 몸을 젊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근육은 젊음을 되돌리는 ‘회춘약(回春藥)’으로 불린다. 근육이 붙어 힘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심리적 자신감도 함께 따라온다. 나이 들면서 근육운동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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