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마니아 설균태 성균관 고문회장(88)이 병오년 새해 성균관장에 도전한다. 2024년 성균관 고문단(전국 37명)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성균관과 각 향교에 모셔져 있는 아국 18현 중 가장 첫째 자리에 모셔진 홍유후 설총 선생의 41대 직계 후손이다. 성균관의 뿌리를 신라 최초의 교육기관 국학(國學 )에서 찾는다. 설총 선생이 국학 박사(교수)로 임명돼 유교 경전과 문학을 가르쳤다. 이게 고려 국자감을 거쳐 조선시대 성균관으로 이어졌다.
설균태 성균관 고문회장이 경기 남양주 축령산을 오르며 활짝 웃고 있다. 1974년부터 등산을 시작해 건강을 지키고 있는 설 회장은 5년 전 축령산 근처로 이사와 매일 산을 오르고 있다. 남양주=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공자 맹자 등을 공부하며 마음을 다스렸던 선혈들의 교훈을 젊은 세대에 전해주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인성 및 도덕 교육이 땅에 떨어졌습니다.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 판단도 제대로 못 합니다. 이러다 나라가 망합니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기관 및 공기업의 CEO로 재직하면서 터득한 경륜과 식견 그리고 그동안 맺어온 수많은 인맥을 성균관과 전국 유림의 발전을 위해 마지막 혼신을 다해 봉사하고 싶습니다.‘”
재정경재부에서 28년간 일한 설 회장은 재경(財經) 문학회와 산악회 회장을 맡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재무부 공무원 시절인 1974년부터 등산으로 다져진 탄탄한 체력이 버티고 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50대의 이른 나이에 돌아가셔 제가 유전적으로 단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을 때 재무부(현 재정경제부)에 산악회가 생겼어요. 그래서 바로 가입했죠. 당시 공무원 축구대회에 출전하는 축구 동호회가 인기가 있었는데 전 축구에 소질이 없어서 못 하고 있었습니다. 시골 출신이라 산에서 뛰어논 기억이 있어 등산은 친근하게 다가 왔습니다.”
밝은 모습으로 산을 오르고 있는 설균태 회장. 설균태 회장 제공.설 회장은 50년 넘게 산을 올랐다. 5년 전 경기 남양주 수동면으로 이사를 왔다. 근처 축령산을 오르기 위해서다. 그는 “산을 오른 뒤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했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 잘살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땐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주 2회, 현직을 떠난 뒤엔 매주 평균 5회 이상 산을 오르고 있다”고 했다.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대모산 등 수도권 산행이 주를 이뤘지만, 설악산 한라산 등 원정 등산도 자주 갔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때 주말 산행은 2일간 평균 8km, 요즘은 한 번 산행에 6km를 걷고 있다. 그는 재무부 출신들로 매월 두 번째 토요일산에 오르는 재경산악회를 만들었고, 회장을 맡아 29년째 이끌고 있다.
“좋은 공기 마시며 산을 올라서인지 정말 몸이 달라졌어요. 병원 다니며 치료해도 밤마다 잠을 못 이루게 절 고생시키던 알레르기성 비염이 산을 타면서 사라졌죠. 고혈압 등 성인병은 물론 사람들 많을 때 눈앞에 모기 같은 게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비문증(飛蚊症)도 없어졌어요.”
설균태 회장이 경기 남양주 수동면 자택에서 3개의 손가락으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다. 남양주=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설 회장의 건강 비결은 꾸준함이다. 재경산악회 등 등산 모임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비나 눈이 와도 산에 올랐다. 아내 손인자 씨(57)는 “주위분들이 괴물이라고 한다”고 했다. 설 회장은 매일 아침 ‘기초체력 훈련’을 한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양쪽 다리 전체를 움직여 엄지발가락을 부딪치는 일명 ‘발끝치기’를 1000개 한다. 윗몸일으키기도 60개 한다. 50년 넘게 등산하며 큰 부상이 없었던 배경에 이런 세심한 관리가 있었다.
50여 년 전 함께 등산을 시작한 회원 중 유일하게 설 회장만 아직도 산을 타고 있다.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느려도 착실하면 이긴다(Slow and Steady wins the race)’다. 건강도 길게 보고 꾸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도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건강하다고 자신하다 망가지기 쉽다. 건강 지키는 것도 공짜가 아니다.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느낄 수 있는 것은 건강 관리도 때가 늦지 않도록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저는 30대부터 준비해 왔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산을 오르내리며 걷는 등산이 참 좋다고 느낍니다. 가끔 평지도 걷지만 같은 유산소운동이라도 평지를 2시간 걷는 것과 산을 2시간 걷는 것은 운동 후에 느끼는 쾌감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설균태 성균관 고문회장(왼쪽)과 아내 손인자 씨가 경기 남양주 축령산을 오르며 활짝 웃고 있다. 설 회장은 아내와 함께 매일 산을 오르고 있다. 남양주=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설 회장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50~60대 회원들과 산행할 때도 선두그룹에 합류해 정상까지 거뜬히 오른다. 아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머리대고 물구나무서기와 엄지 검지 중지 세 손가락 팔굽혀펴기를 주기적으로 한다. 그는 “4년 전 병원에서 골밀도 조사를 했는데 50대 초반 수준으로 나왔다”고 했다.
설 회장은 정신 건강에도 관심을 가졌다. 재무부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선후들과 재경문학회에서 글을 쓰고 있다. 회원들이 창작한 시와 시조, 수필 등을 묶어 ‘재경문학’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그는 수필을 쓴다. 수필로 등단도 했다.
설 회장은 아내와 매일 축령산을 2시간 이상 탄다. 그는 상처한 뒤 10년 전 지금의 아내와 재혼했다. “둘이 취미도 비슷하고 잘 맞았다”고 했다. 그는 “수도권 여기저기를 돌아다녀 봤지만 이렇게 남양주 수동면처럼 잣나무로 이뤄진 휴양림이 있고, 계곡이 아름다운 곳은 강원도 말고는 못 봤다. 건강을 관리하기 참 좋은 곳이다”고 했다.
설균태 회장이 눈이 내린 가운데 산을 오르고 있다. 설균태 회장 제공.“산에 가면 기분이 좋아져요. 나무와 꽃, 바위, 계곡의 물…. 자연하고 교류하는 느낌이랄까. 또 산은 늘 변해요. 꽃이 피고 신록이 우거지고 단풍으로 물들죠. 눈 덮인 산도 예술이죠. 이런 좋은 자연 속에서 걸으니 건강해질 수밖에 없죠. 이쪽으로 이사와 너무 행복합니다.”
설 회장은 국민카드 수석 부사장, VISA International 국제이사, 전북신용보증재단 초대 이사장, 교보생명보험 사외 이사,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수석특별위원, 삼성화재보험 고문, 여수광양항만공사 감사위원장, IBK 투자증권 감사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등산으로 다진 체력 덕분에 아직 막걸리 1병을 마셔도 끄떡없어요. 이젠 성균관 발전을 위해 노력하며 산을 타겠습니다. 100세 넘어서도 산에 오를 겁니다.” 성균관장 선거는 3월 중 열린다. 임기는 4월 1일부터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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