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국민 건강 해치는 흡연, 담배회사 ‘사회적 책임’ 다하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6일 03시 00분


이은주 고려대 안암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대변인이사)

이은주 고려대 안암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대변인이사)
이은주 고려대 안암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대변인이사)
2025년이 시작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새해마다 환자들에게 꼭 금연에 성공하시길 당부하지만 금연은 말처럼 쉽지 않다. 2019년 발표된 세계질병부담연구에 따르면 흡연은 폐암 사망의 64.2%, 후두암 사망의 63.4%에 관여했다. 이는 대사질환, 환경직업적 요인, 기타 행동적 요인(식습관, 음주 등)보다 훨씬 높은 위험도를 보이는 결과다.

흡연은 폐암 유발, 촉진, 종양 진행 등 모든 단계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또 흡연 강도와 기간에 따라 폐암 위험이 증가하므로 국가 폐암 검진에서는 30갑년(30년간 하루 한 갑, 15년간 하루 두 갑을 피운 경우) 이상의 흡연력을 기준으로 검진 대상자를 선별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해 4월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 폐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방지하겠다는 목적으로 제기한 항소심에서 마지막 변론을 앞두고 있다. 1999년 9월 외항선 기관사 출신이 흡연으로 인한 폐암 발생을 주장한 소송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흡연의 폐해를 묻는 소송이 제기됐다. 하지만 미국, 캐나다 등 주요국들과는 달리 국내 판결은 흡연과 폐암의 역학적 인과 관계는 인정하나 흡연은 개인의 선택으로 판단하고 모두 담배회사의 손을 들었다.

개인의 의지로 금연하지 않은 것이라 담배회사의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호흡기내과 전문의로서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이미 법원은 2007년 대구지하철 화재를 진압한 소방관이 제기한 폐암 관련 공무상 재해 사건과 관련해 직업적으로 유독 가스에 많이 노출됐다기보다 흡연으로 인해 폐암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담배회사에 내려진 국내 판결들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유독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만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 관계를 따질 때 다른 위험 요인은 없이 모두 담배만 문제가 있냐고 되묻는다. 금연을 개인 의지로만 판단하고 있다.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으려고 노력하지만 많이 실패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니코틴의 중독성 때문이다. 니코틴은 중추신경계에서 도파민 농도를 높여 에너지 증가, 각성 효과, 스트레스 감소 등의 작용을 한다. 이런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담배를 피우게 된다. 금연을 결심한 뒤에도 이미 중독성 때문에 담배를 끊기 어려울 때가 많다. 담배회사들은 담배의 위험성을 경고할 뿐만 아니라 중독되지 않도록 예방과 관련된 노력을 해야 한다. 흡연자들이 금연할 수 있도록 돕지 않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흡연으로 인한 건강 악화는 사회 전반에 걸쳐 막대한 의료 비용을 쓰게 만든다. 결국 국민들이 건강보험료 등으로 그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호흡기내과 의사로서 담배회사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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