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많은 이의 마음에 오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극 중 주인공 양관식(배우 박보검·박해준 분)은 무릎 통증을 단순 관절염으로 오인해 방치하다 다발골수종을 진단받고 수차례의 항암치료 끝에 결국 세상을 떠난다. 그는 겨우 50대 중반의 나이였다.
다발골수종은 백혈병, 림프종과 함께 3대 혈액암으로 분류되는 질환이다. 우리 몸의 면역단백을 생성하는 골수 내 형질세포가 악성으로 변하면서 여러 가지 전신 증상을 유발하는 암이다. 환자마다 증상은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빈혈, 뼈 통증 및 자주 발생하는 골절, 신장 수치 상승, 고칼슘혈증 등이 동반된다. 문제는 이런 초기 증상이 여타 다른 질환과 구분되기 어려워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양관식처럼 통증이나 피로를 단순 노화나 관절통으로 여겨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다발골수종은 인구 고령화 추세에 따라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국내 환자 수는 1만1219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희망적인 것은 치료 환경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양관식이 다발골수종을 진단받았던 2006년 무렵 치료 표준은 세포독성 항암 치료와 고용량 항암화학 요법을 사용하는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장기간 입원이 필요하고 치료제 관련 심각한 합병증 위험이 존재해 환자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렸다. 게다가 당시 상대 생존율(암환자가 일반인 대비 5년간 생존할 확률)은 35%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현재는 치료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경구 투여가 가능한 차세대 프로테아좀 억제제를 포함한 다양한 신약의 등장으로 다발골수종의 5년 상대 생존율은 50%를 넘어섰다. 또 경구제 도입으로 입원 없이 월 1회 병원 방문으로 치료가 가능해 졌다. 특히 과거에는 치료에 어려움을 겪던 신장 기능 저하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도 등장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환자들의 ‘삶의 질’에 대한 접근이다. 다발골수종은 주로 동반 질환이 많은 고령에서 발생하고 재발이 잦고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단순히 생존 기간 연장을 넘어 환자가 치료 중 겪는 신체적·심리적 고통을 줄이고 환자들이 일상을 유지하며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고령으로 거동이나 외출이 어려운 다발골수종 환자는 자녀 등 보호자 동반이 필요해 병원 방문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월 1회 병원 방문으로 다발골수종이 재발 기간을 최대한 지연시킬 수 있는 경구 치료제의 존재는 환자가 일상을 포기하지 않고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희망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일상과 치료의 균형을 고려한 전략은 환자의 자존감을 지키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양관식이 겪었던 늦은 진단과 제한된 치료 옵션은 안타까운 과거 현실이었다. 요즘 우리 삶에서 다발골수종은 더 이상 ‘예고 없는 비극’이 아니다. 치료 전략과 옵션이 다양해진 만큼 재발을 늦추며 지프차 운전과 미국 여행 등 평생의 꿈도 도전해 볼 수 있다.
가족에 대한 헌신과 사랑으로 한평생을 살아온 우리 주위 많은 양관식이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로 어린 시절의 꿈을 이뤄가며 애순이(아내), 금명이, 은명이(자녀)와 함께 삶을 이어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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