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에 걸친 의정 갈등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9월부터 전공의 상당수가 기존에 근무하던 병원으로 복귀해 다시 수련을 이어가고 있다. 20년 이상 선천 심장병 환자를 진료해 온 의사로서 ‘소아 심장 질환’이라는 응급 상황을 다루는 의사들이 전국적으로 곧 사라질 위기에 있다는 상황을 절박하게 알리고 싶다.
소아 심장 분야를 전공하기 위해서는 내과계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 뒤 1, 2년의 소아 심장 전임의 과정을 마쳐야 한다. 외과계에서는 흉부외과 전공의 수련 뒤 1, 2년의 소아흉부외과 전임의 과정을 마쳐야 본인 이름을 걸고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 현재 선천 심장 기형 환자의 절반은 소아흉부외과 전문의가 가슴을 절개하는 수술로 치료하고, 또 나머지 절반은 소아청소년과 소아 심장 세부 전문의가 정맥이나 동맥을 통한 시술로 치료한다.
최근 몇 년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주요 전공 중 가장 낮은 상황이다. 두 번째로 낮은 과는 흉부외과다. 이는 결국 전문의 배출 감소로 이어져, 소아 심장 세부 전문의가 향후 몇 년 뒤에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전문의가 줄어들며 선천성 심장 기형을 가진 환자 치료의 지역 간 불균형은 가속화하고 있다.대한소아심장학회 소속 연구팀(아주대 정수인, 부산대 김형태, 김혜린 연구원)이 지역별 선천 심장병 환자의 치료 패턴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환자 중 광주·전남 및 대전·충남·세종 지역 환자의 80% 이상, 대구·경북 지역의 50%, 부산·울산·경남 지역 환자의 30%가 거주 지역을 떠나 수도권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복잡한 선천 심장 기형 치료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반복적인 수술·시술이 필요한데 광주·전남 및 충청 지역 환자의 90% 이상, 경남·경북 환자의 과반수가 수도권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고도의 기술과 의료 장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치료 패턴으로 환자와 보호자가 빈번하게 서울에 가야 한다. 이 때문에 가정이 흩어지는 경우도 있고, 환자들이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현재 국내에는 100여 개 수련 병원이 있지만, 실제 선천 심장 기형을 치료하는 병원은 수도권 6개, 지역 4개 등 전국 10개에 불과하다. 비록 의정 갈등 기간 중 선천 심장 기형 치료 수가가 인상됐지만, 병원에서 해당 수술·시술을 하는 전문의의 고용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지금이 선천 심장 기형을 가진 환자를 위한 골든타임이다. 소아 심장 세부 전문의 고용이 늘어나고, 각 지역에서 선천 심장 기형을 치료할 수 있는 센터를 집중 육성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관련 기관들의 획기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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