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유행하던 시절 역대 최고 실적을 앞세워 엄청난 주가 상승을 경험했던 게임업계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적 저하와 인건비 증가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고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절 다소 거품이 있었다고는 하나, 최근 게임사들의 주가를 보면 연속 적자 여파로 공모가 이하로 떨어진 곳들이 있을 정도로 바닥을 찍고 있어서 주주들의 고통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신작 소식이나, 중국 판호 소식만으로도 큰 폭의 주가 상승을 보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이런 소식으로도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고 있네요. 시장 상황 변화로 인해 주주들의 관심을 끄는 주요 키워드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 신작이 주목받기 어려운 모바일 게임 시장_출처 구글플레이스토어
요즘 주식 시장에서 신작 소식으로도 별다른 주가 변동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기존 인기 게임들의 두터운 팬층과 중국 게임의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 등으로 인해 상위권 순위 변동이 잘 일어나지 않아, 신작 게임이 주목받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올해 RF 온라인 넥스트와 세븐나이츠 리버스, 마비노기 모바일 등이 반짝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현재 구글플레이스토어의 1, 2위는 여전히 리니지M과 오딘 발할라 라이징 등 기존에 상위권을 장악했던 MMORPG 라인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는 의미있는 결과이긴 하나, 출시 초기에만 매출이 집중된다는 것을 기존 사례를 통해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에,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반짝 1위보다 상위권 순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는지를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판호를 획득해도 중국에서 성과내기가 어려워졌다_출처 모바일인덱스 판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한령으로 인해 판호가 정상적으로 발급되지 않고 있을 때는 중국 시장 진출을 통한 새로운 매출 발생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에 주가가 반응을 보였으나, 그동안 중국에 출시된 게임들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실망감이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중국 시장에서 기대에 걸맞는 성과를 보인 게임은 원작의 흥행으로 IP 인지도가 높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과 메이플스토리M뿐입니다. 요즘은 판호 발급이 예전보다는 빠르게 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흥행 게임이 하나 나와준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원신, 왕자영요, 화평정영 등 중국 자체 게임들의 벽이 상당히 높아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전 세계 게임사들이 무한경쟁을 펼치고 있는 스팀_출처 스팀 이렇다보니 새로운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글로벌, 그리고 스팀입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새로운 게임을 출시해도 기존 게임들과 카니발리제이션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을 충분히 학습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이 중요해졌고, 그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스팀에서의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모바일에 치중된 국내 게임사들은 대부분 해외 매출이 아시아 지역에 편중되어 있다보니, 북미, 유럽 성과가 부족한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팀에서 성과를 낸다는 것은, 불모지였던 북미, 유럽에서 새로운 매출원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스팀 성과를 바탕으로 콘솔로 플랫폼을 확대해 추가 성과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스팀 성과를 바탕으로 닌텐도 스위치까지 진출해 누적 판매량 600만장을 돌파한 넥슨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반대로 PS5 독점 게임으로 출시돼 인지도를 쌓은 후 PC 스팀으로 영역을 확대해 누적 판매량 300만장을 돌파한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같은 사례도 있습니다. 스팀에서의 성과는 회사 글로벌 인지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차기작을 준비할 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나 스텔라 블레이드처럼 자체 IP로 성공작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베스트이긴 하지만, 이렇게 성공을 거두는 것이 쉽지는 않다보니,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유명 IP와 손을 잡는 것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캡콤의 유명 IP 바이오하자드와 손을 잡아서 화제가 되고 있는 조이시티나, 콘솔 시장 진출작으로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일곱 개의 대죄 IP를 기반으로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준비한 넷마블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한국 게임사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약하다보니, 해외에서 이미 검증된 IP를 기반으로 신작을 내는 것이 홍보, 마케팅 측면에서 더 성공확률이 높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스팀 성과를 바탕으로 닌텐도 스위치에서도 성공을 거둔 데이브 더 다이버_출처 스팀 또 하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게임산업진흥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행성 우려 때문에 블록체인 게임이 그동안 금지되어 있었지만, 스테이블 코인 활성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스테이블 코인에 관련된 게임사들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기존 암호화폐와 달리 원화나 달러 같은 법정화폐의 가치에 1:1로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가치 변동폭이 큰 암호화폐와 달리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기존 법정화폐를 사용하기 위해 탄생한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표한 위메이드_출처 위메이드법정화폐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 발행이 게임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기존 블록체인의 경우 국내에서 금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매출로 잡히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스테이블 코인이 국내에 도입되면 드디어, 블록체인 게임 관련 수익이 매출로 잡힐 수 있게 됩니다. 과거 미르4 P2E 버전으로 인한 위메이드 주가 폭등을 경험했던 투자자들이라면 솔깃한 부분이죠.
다만,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무조건 가치가 안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발생사가 준비금을 제대로 보유하고 있지 않거나, 해킹, 혹은 불투명한 회계 등 신뢰를 읺는 사태가 발생하면 과거 테라 폭락 같은 사례가 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근 스테이블코인 발표로 상한가를 기록했던 위메이드, 넥써쓰 등의 주가가 다시 예전 수준으로 내려간 것을 보면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신뢰를 주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다들 관련 정보를 잘 습득하고 신중한 투자를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