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리얼, 유니티만 있나? 인기 게임 탄생시킨 게임사 자체 엔진들[게임 인더스트리]

  • 동아일보

요즘 출시되는 게임들을 보면 대부분 언리얼, 유니티 같은 상용화 엔진을 통해 만들어진 게임들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픽 퀄리티를 앞세운 대형 게임들은 언리얼을 주로 쓰고, 모바일 게임 등 가볍게 만들어지는 게임들은 유니티를 많이 쓰는 경향을 보이다보니, 어떤 엔진이 사용됐는지 보면 대충 게임의 개발 규모가 예상되기도 합니다.

언리얼 엔진_출처 에픽게임즈
언리얼 엔진_출처 에픽게임즈

예전에는 상용화 엔진 가격이 비싸서, 코코스2D 같은 오픈소스 엔진이 사용되는 경우도 많았지만, 에픽게임즈와 유니티 모두 소규모 개발사들을 위해 무료로 엔진을 공개하면서, 상용화 엔진을 써서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대폭 증가하고 있습니다. 

언리얼 엔진의 경우 제품의 총 매출이 연간 100만 달러까지는 무료고, 초과할 경우 5%의 로열티를 내고 사용할 수 있으며, 유니티 엔진의 경우 연간 매출이 10만 달러 이하일 경우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10만 달러가 넘어가면 유료 구독으로 바꿔야 합니다.

유니티 엔진_출처 유니티
유니티 엔진_출처 유니티
처음부터 비싼 돈을 내고 엔진을 구입해야만 쓸 수 있었던 예전과 달리, 돈을 벌고 나서 사용료를 내는 형태로 바뀌면서, 대형 게임사뿐만 아니라 소규모 인디 게임사들도 부담없이 상용화 엔진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다만, 모든 게임사들이 언리얼, 유니티 같은 상용화 엔진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많은 매출이 발생할 경우 사용료 부담이 있다보니, 충분한 기술이 있다면 자사 게임에 꼭 필요한 기능들을 중점적으로 구현한 자체 엔진을 계속 발전시켜 사용하는 게임사도 제법 있습니다.

올해 게임스컴에서 최고 화제작이었던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을 선보인 캡콤이 자체 엔진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게임사입니다. 현재 몬스터헌터, 바이오하자드 등 캡콤의 인기 게임들은 모두 자체 개발한 RE엔진을 토대로 개발했습니다.

캡콤은 PS3 때부터 MT프레임워크라는 자체 개발 엔진을 사용해서 게임을 개발했는데, 이 엔진이 낡아서 한계가 오다보니, 2017년에 발매된 바이오하자드7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꾸준히 RE 엔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360도 방향에서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3D 모델과 텍스처를 제작하는 포토그래메트리 기능, 게임 실행 도중 코드를 편집하여 실시간으로 적용해볼 수 있는 래피드 이터레이션 등이 대표적인 기능이라고 합니다. 요즘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 대형 게임들이 최적화 문제로 논란이 많은 편인데, 바이오하자드 리메이크 시리즈, 몬스터헌터 라이즈, 스트리트 파이터6 등 RE 엔진을 사용한 게임들이 최적화로 호평을 받은 것을 보면 캡콤이 RE 엔진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볼 수 있겠네요.

다만, 최신작인 드래곤즈 도그마2, 몬스터헌터 와일즈 등 대규모 맵을 지원하는 게임들에서 최적화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서, RE엔진을 더 업그레이드시킨 차세대 엔진 ‘REX’를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RE엔진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바이오하자드 레퀴엠_출처 캡콤
RE엔진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바이오하자드 레퀴엠_출처 캡콤

피파 시리즈, 배틀필드 시리즈 등 많은 히트작을 보유하고 있는 EA 역시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이라는 자체 엔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배틀필드 같은 FPS 게임에만 사용됐지만, 이후 엔진을 업그레이드해서 다양한 장르의 게임에 사용됐네요. 피파 같은 스포츠 게임은 물론, 매스 이펙트 안드로메다 같은 RPG, 니드 포 스피드 같은 레이싱 게임에서도 사용됐습니다. 

EA의 경우 수백만장 팔리는 인기 게임들이 많은 만큼,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을 다양한 장르에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엔진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로열티 절약 효과를 톡톡히 본 것 같네요. 당장 피파 시리즈 매출만 봐도 어마어마하잖아요.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으로 개발된 배틀필드6_출처 EA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으로 개발된 배틀필드6_출처 EA
CDPR을 대표하는 인기 게임인 ‘위쳐3’ 역시 자체 엔진인 ‘레드 엔진3’로 개발된 게임입니다. 사이버펑크2077 출시 초반에 엄청난 버그와 최적화 문제로 망신을 당하긴 했지만, 위쳐2, 위쳐3 때만 하더라도, 뛰어난 그래픽 퀄리티와 안정적인 최적화로 호평받았습니다.

레드엔진3로 개발된 위쳐3_출처 CDPR
레드엔진3로 개발된 위쳐3_출처 CDPR
국내 게임사 중에는 ‘붉은사막’ 출시를 앞두고 있는 펄어비스가 자체 엔진으로 유명합니다. ‘검은사막’을 자체 개발 엔진인 ‘데저트 엔진’으로 개발한 펄어비스는 ‘붉은사막’ 역시 ‘데저드 엔진’을 업그레이드한 ‘블랙 스페이스 엔진’을 써서 개발 중입니다.

창업자인 김대일 의장이 직접 엔진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에, 엔진 성능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으며, 실제로 ‘데저트 엔진’을 활용해 개발한 ‘검은사막’은 지난 2018년에 그래픽을 4K 해상도로 업글레이드한 리마스터 버전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습니다.

‘붉은사막’에 적용된 ‘블랙 스페이스 엔진’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광, 날씨 효과 등으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블랙 스페이스 엔진으로 개발 중인 붉은사막_출처 펄어비스
블랙 스페이스 엔진으로 개발 중인 붉은사막_출처 펄어비스
이렇게 자체 엔진을 활용해서 성과를 내면 엔진 사용료 부담이 없어지고, 자사 게임에 꼭 필요한 기능을 바로 바로 추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단점도 존재하긴 합니다.

엔진 개발에 많은 비용이 투자되어야 하기 때문에 규모가 큰 게임사가 아니라면 시도조차 어려우며, 다룰 줄 아는 개발자가 많은 상용화 엔진과 달리 내부에서 교육을 통해 키워야 하기 때문에 개발자 보충이 어렵습니다. 

최근 CDPR의 발표에 따르면 사이버펑크2077 때 자체 엔진 문제로 많은 고생을 했기 때문인지, 다음 작품인 ‘위쳐4’에서는 언리얼 엔진5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자체 엔진을 쓰면 많은 이득이 있긴 하지만, 규모가 크고, 기술력을 갖춘 게임사가 아니라면 시도하기 힘든 선택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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