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허벌라이프에서 실시한 90일 익스트림 바디체인지 시즌4가 열렸다. 마침 병원에서 살을 빼라고 해 다이어트를 하고 있던 상황. 당시 가정주부였던 이호영 씨(45)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벤트에 참여했다. 그리고 바디체인지 ‘톱10’에 들어 결선에 오르면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몸이 변하자 주위의 시선이 달라졌다. 자신감도 충만해졌다. 좋은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더 운동에 더 매진하고 있다.
이호영 씨가 한 트레일러닝에 출전해 즐거운 표정으로 산을 오르고 있다. 그는 2018년 살을 빼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고, 6개월간 22kg을 감량해 주목 받으면서 더 달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이호영 씨 제공.
“38세에 자다가 심장이 아파 깜짝 놀랐죠. 무슨 병은 아닐까 걱정하며 병원에 갔어요. 그런데 의사가 운동하라는 겁니다. 당시 줌바를 하고 있었던 저로선 당황했죠. 사실 그때 한 2년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거든요. 어쨌든 비만에 의한 지방간에 체지방, 콜레스테롤 등 수치가 모두 안 좋게 나와 살을 빼라고 했죠. 그래서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독한 마음을 먹고, 다이어트와 운동을 병행하기로 마음먹었죠. 그때 우연히 바디체인지 대회가 열리는 것을 알게 돼 저의 승부욕을 자극했죠.”
음식 조절을 하면서 아침저녁으로 점핑(트램펄린 위에서 뛰는 운동)과 달리기를 했다. 6개월 만에 22kg을 감량했고, 바디체인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대회는 90일간 치러졌지만 이 씨는 전체적으로 6개월을 준비했다. 다이어트 전후가 명확하게 달라지자 ‘동네 인싸(인사이더)’가 됐다. 그는 “첫째 학교 엄마들 사이에서 ‘너무 예뻐졌다’고 소문이 났다”고 했다.
“이런 것 있죠. 결혼한 뒤 일을 그만뒀고, 아이들 키우며 살림만 했던 제가 갑자기 유명해졌어요. 그동안 저 자신은 없었는데 제 존재가 사람들 사이에서 거론되는 겁니다. 자존감이 올라갔죠. 안 만나던 학창 시절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죠. 건강해지면서 삶의 활력까지 찾은 겁니다.”
이호영 씨가 한 트레일러닝대회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이호영 씨 제공. 유명해지면서 허벌라이프에서 뉴트리션 자격증을 딴 뒤 프리랜서 다이어트 코치를 하게 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운동하는 모습 사진을 올리자 문의가 쏟아졌다. 그는 “너무 신기했다”고 했다. ‘탑걸크루즈’ 등 달리기 동아리에서 참여해 여성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직전 둘째 아이가 아팠다. 그래서 신경을 써야 했고, 자연스럽게 대외 활동을 중단했다. 우울증에 불면증까지 찾아왔다. 약까지 먹었다. 삶이 피폐해졌다.
사실 이 씨는 육아를 위해 개인의 삶은 모두 뒤로 미뤄 놓은 상황이었다. 그는 “2008년 첫째 아이 임신한 뒤 태교를 위해 공부를 했다. 그해 10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고, 이듬해 2월 첫째 딸을 낳았다”고 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계속 장롱 속에 있었다. “아이들 자라는 모습 놓치고 싶지 않고 어릴 때 아이들 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주고 싶었다”는 그 이기에 둘째의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에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호영 씨가 질주하고 있다. 이호영 씨 제공.그때 남편이 그를 댄스 학원에 데리고 갔다. 이 씨는 “내가 춤을 좋아했는데 남편이 다시 춤을 춰 보라며 끌고 갔다”고 했다. 그곳에서 다이어트 댄스를 추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그는 “5일 정도 됐을 때 거울 속에 온전한 내 모습이 보였다. 그동안은 모든 게 희미하게 보였는데 생기 넘친 나를 발견했다”고 했다. 둘째도 건강을 회복해 잘 자라고 있다.
“매일 3시간씩 춤을 췄어요. 약도 끊었죠. 7개월가량 열심히 준비해 댄스 강사 자격증까지 땄어요.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어요. 자격증을 가지니 또 다른 자신감이 생겼어요. 스포츠센터에 취업도 했죠. 부정적인 기운이 없어지고 건강한 삶을 되찾으니 다시 달리기가 생각이 났어요.”
2022년의 일이었다. ‘갱런(인생갱생러닝)’ 등 과거 달리던 동호회를 찾았다. 그때 ‘저스트트레일’이란 동호회를 만나며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도 입문했다. 이 씨는 “백은주란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트레일러닝을 알게 됐다”고 했다. 백은주 씨(45)는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2023년 2월 10일 자로 썼던 인물로 당시 트레일러닝에 빠져 지내고 있었다.
이호영 씨가 일본 와카야마우메노사또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해 레이스 중간 간식을 먹고 있다. 이호영 씨 제공.“우연한 기회에 은주랑 해외 대회에 함께 출전했죠. 나이도 같아 친구가 됐어요. 은주는 아들 둘, 전 딸 둘, 그때부터 친하게 지냈어요. 당시 은주는 트레일러닝에 빠져 있었고, 제게도 권유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트레일러닝을 접했죠.”
달리기를 오래 하긴 했지만 마라톤 10km와 하프코스만 완주했던 그가 그해 서울 관악산 38km를 회원들과 함께 달렸다. 새벽 일찍 시작해 저녁놀이 질 때까지 달렸다. 이 씨는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완주하니 눈물이 났다. 꼴찌로 들어오는 내게 박수 쳐주는 회원들이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산 38km를 완주한 뒤 자신감을 얻어 2023년 3월 동아마라톤 겸 서울마라톤에서 42.195km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4시간 35분 32초. 풀코스 최고기록은 지난해 10월 세운 3시간 54분 02초. 이 씨는 다시 ‘달리기 인싸’가 됐다. 그는 “마라톤에서도 계속 도전하면서 기록이 줄어들면서 저 자신에 만족했다. 제가 늘 노력하며 기록을 단축한 저 자신을 인정했다”고 했다.
이호영 씨가 지난해 10월 춘천마라톤에서 풀코스 개인 최고기록 3시간 54분 02초를 세운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호영 씨 제공.트레일러닝 대회에도 출전하고 있다. 2023년 트렌즈제주 50km를 완주했고, 지난해엔 8월엔 삼삼(33)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했다. 이 씨는 “마라톤은 아스팔트 위를 달려 지루하지만 트레일러닝은 산을 달려 흥미롭다. 나무와 꽃, 개울, 바위 등을 감상하며 달리다 보면 6~7시간이 금세 지나간다”고 했다.
“동네 아줌마였던 제가 탑브라 입고 달려도 2·30대 못지않은 몸매를 과시하니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죠. 특히 아줌마들이 ‘결혼해 아이 낳고도 몸매를 저렇게 잘 관리할 수 있을까’라며 부러워해요. 제가 그들에게는 희망이 됐어요. 그래서 절대 이 몸매를 잊어버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며 더 열심히 운동하고 있어요. 달리면서 얻는 선순환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어요.”
가족들도 이 씨의 달리기를 적극 응원하고 있다. 남편도 15년 넘게 달린 마스터스 마라토너. 이 씨는 “첫째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둘째 유모차에 태우고 가족 전체가 달린 적이 있다. 그런 기억 때문인지 엄마가 달리기에 열심인 것에 거부 반응이 없다. 또 한때 우울하게 지내다 다시 밝아지니 더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이호영 씨가 지난해 8월 삼삼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해 즐겁게 달리고 있다. 이호영 씨 제공.“달리기는 저의 정신력도 키워주고 있어요. 제 멘탈을 관리한다고 할까요. 올해부터 공인중개사로 일하고 있거든요. 달리기는 저 자신을 이기고, 사회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공인중개사 일을 하다 보면 도시 곳곳들 돌아다니기도 하는데 힘도 안 들고 재밌어요.”
이 씨는 장기적으로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 대회인 UTMB(울트라 트레일 몽블랑)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올 2월 OSK(아웃도어스포츠코리아)와 함께 일본 와카야마 우메노사또 트레일러닝 대회 27km를 완주하고 왔다. 그는 “해외의 산은 한국의 산하고 달랐다. 한국 산은 잘 정비가 돼 있다면 일본산은 자연 그대로였다.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고 왔다. 기회가 된다면 계속 그런 경험을 하고 싶다”고 했다. UTMB에 출전하려면 다른 대회에서 스톤(포인트의 일종)을 쌓아야 한다.
이 씨는 주로 새벽에 운동한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헬스클럽으로 향한다. 목요일 새벽엔 서울 목동운동장에서 달리는 바나나스포츠클럽에 참가한다. 수요일 저녁엔 여의도 갱런에 나간다. 주말엔 대회에 출전하거나 산을 달린다. 그는 “달릴 때 가장 행복하고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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