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치매 발병 3년 늦추고 돌봄 강화해야 ‘치매안전국가’로 간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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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준 건강수명5080국민운동본부 대표(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장)

임지준 건강수명5080국민운동본부 대표(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장)
임지준 건강수명5080국민운동본부 대표(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장)
8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2050년 이전에 국민 모두 건강수명 80세를 달성하기 위한 ‘건강수명5080 국민운동’ 출범식이 열렸다. 지난해 말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이 거대한 도전을 하기 위한 상징적 출발이었다. 이 자리에는 보건과 복지, 체육 관련 30여 개 단체 등에서 4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인 기대수명은 83세를 넘었다. 하지만 대부분 노년기에는 10년 이상 병약한 채로 살아가야 한다. 이 기간 가장 두려운 질환이 바로 치매다. 21일 ‘치매극복의 날’을 앞두고 필자는 이른바 ‘치매안전국가(Dementia-Safe Nation)’를 다시 강조한다.

많은 이들이 ‘치매 청정국’을 꿈꾸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현재 운영 중인 치매안심센터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 치매 발병을 최대한 늦추고 돌봄 체계를 가장 튼튼하게 구축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치매안전국가’에 진입해야 한다. 다시 말해 ‘치매는 가장 늦게, 치매 돌봄은 가장 튼튼하게’ 해야 한다.

일본은 치매 대강 정책에서 발병 1년 지연을 목표로 세웠다. 한국은 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치매 발병을 3년 늦추고, 돌봄 부담을 30% 줄여야 한다. 치매를 3년만 늦춰도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고 돌봄 비용은 크게 준다.

무엇보다 생활 속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 치주질환 원인균이 치매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치아를 20개 이상 유지한 사람은 치매 발생률이 크게 낮다. 치아가 튼튼하면 치매를 예방하고 결국 돌봄 부담을 완화시킨다는 연결고리가 성립된다. 여기에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 규칙적 운동, 충분한 수면, 사회적 교류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더한다면 발병 지연 효과는 커질 것이다.

예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미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과 가족에게는 튼튼한 돌봄 안전망이 필요하다. 돌봄이 불필요하게 길어지지 않고, 고통스럽지 않도록 지역사회와 국가가 함께 나서야 한다. 치매안심센터의 한계를 넘어 재가와 시설, 병원이 긴밀히 연계되는 국가 치매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한국은 빠른 경제성장을 이뤘고 ‘K방역’으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제는 ‘치매 발병이 가장 늦는 나라’ ‘돌봄 서비스가 가장 튼튼한 나라’라는 새로운 비전을 세워야 한다. 치매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준비하고 관리할 수 있는 과제다. 모두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 바로 이것이 함께 이뤄내야 할 다음 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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