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소아심장전문의 사라질 위기… 병원 고용 확대가 환자 살리는 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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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대한소아심장학회 정책이사·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김기범 대한소아심장학회 정책이사·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김기범 대한소아심장학회 정책이사·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18개월에 걸친 의정 갈등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9월부터 전공의 상당수가 기존에 근무하던 병원으로 복귀해 다시 수련을 이어가고 있다. 20년 이상 선천 심장병 환자를 진료해 온 의사로서 ‘소아 심장 질환’이라는 응급 상황을 다루는 의사들이 전국적으로 곧 사라질 위기에 있다는 상황을 절박하게 알리고 싶다.

소아 심장 분야를 전공하기 위해서는 내과계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 뒤 1, 2년의 소아 심장 전임의 과정을 마쳐야 한다. 외과계에서는 흉부외과 전공의 수련 뒤 1, 2년의 소아흉부외과 전임의 과정을 마쳐야 본인 이름을 걸고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 현재 선천 심장 기형 환자의 절반은 소아흉부외과 전문의가 가슴을 절개하는 수술로 치료하고, 또 나머지 절반은 소아청소년과 소아 심장 세부 전문의가 정맥이나 동맥을 통한 시술로 치료한다.

최근 몇 년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주요 전공 중 가장 낮은 상황이다. 두 번째로 낮은 과는 흉부외과다. 이는 결국 전문의 배출 감소로 이어져, 소아 심장 세부 전문의가 향후 몇 년 뒤에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전문의가 줄어들며 선천성 심장 기형을 가진 환자 치료의 지역 간 불균형은 가속화하고 있다.대한소아심장학회 소속 연구팀(아주대 정수인, 부산대 김형태, 김혜린 연구원)이 지역별 선천 심장병 환자의 치료 패턴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환자 중 광주·전남 및 대전·충남·세종 지역 환자의 80% 이상, 대구·경북 지역의 50%, 부산·울산·경남 지역 환자의 30%가 거주 지역을 떠나 수도권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복잡한 선천 심장 기형 치료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반복적인 수술·시술이 필요한데 광주·전남 및 충청 지역 환자의 90% 이상, 경남·경북 환자의 과반수가 수도권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고도의 기술과 의료 장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치료 패턴으로 환자와 보호자가 빈번하게 서울에 가야 한다. 이 때문에 가정이 흩어지는 경우도 있고, 환자들이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현재 국내에는 100여 개 수련 병원이 있지만, 실제 선천 심장 기형을 치료하는 병원은 수도권 6개, 지역 4개 등 전국 10개에 불과하다. 비록 의정 갈등 기간 중 선천 심장 기형 치료 수가가 인상됐지만, 병원에서 해당 수술·시술을 하는 전문의의 고용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지금이 선천 심장 기형을 가진 환자를 위한 골든타임이다. 소아 심장 세부 전문의 고용이 늘어나고, 각 지역에서 선천 심장 기형을 치료할 수 있는 센터를 집중 육성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관련 기관들의 획기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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