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운전기사와 승객을 스마트폰 앱으로 연결하겠다는 ‘우버(Uber)’의 사업 계획은 그야말로 터무니없어 보였다. 낯선 사람의 차를 앱으로 부른다는 불편한 아이디어에 많은 투자자들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소수의 초기 투자자는 설명하기 힘든 강한 끌림을 느꼈다. 우리는 이를 ‘직감(gut feel)’이라고 부른다.
직감은 직관(intuition)에서 나온다. 많은 리더십 전문가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강조하지만, 세계 최고의 최고경영자(CEO)는 직관에 크게 의존한다. 그들은 직관을 타고난 초능력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날카롭게 다듬을 수 있는 기술로 여긴다. 직관은 수많은 경험과 데이터가 내면에서,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통합되는 과정이다. 우리의 뇌가 그동안 쌓아온 방대한 경험에서 패턴을 읽고, 감정적 기억과 맥락을 순식간에 종합해 나아갈 방향을 알려준다. 이런 내적 과정이 직감으로 이어져 “아, 이거다” 하는 확신의 순간을 만든다.
경험 많은 CEO가 “나는 직감을 믿는다”고 말할 때 그것은 수천 번의 미세한 결정, 실패, 피드백을 통해 다져진 자신만의 통찰력을 믿는다는 얘기다. 마치 자신만의 데이터로 학습하는 알고리즘처럼 직관은 성찰과 보정,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더욱 정교해진다.
오늘날 리더에게 부족한 것은 데이터가 아니다. 넘쳐나는 정보와 인지 과부하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여기서 직관이 힘을 발휘한다. 위대한 CEO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환경에서도 직관을 발휘해 성공적으로 기업을 운영한다. 물론 직관을 발휘한다는 것이 사실을 무시한다는 뜻은 아니다. 숫자가 말하지 못하는 순간을 감지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안다는 의미다.
직관적 의사결정은 조용하고 의도적인 과정이다. 직관은 그동안 처리한 데이터와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면에서 조용히 올라온다. 우리는 본래 이런 조용한 신호를 듣는 데 익숙하지 않다. 사회적 소음은 크고 집요하지만 직관은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저 신호를 주고, 서서히 떠오를 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그 속삭임을 포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 속삭임에 진짜 통찰이 담겨져 있다.
모든 직관이 올바르지는 않다. 어떤 리더는 안정적인 내적 나침반을 갖고 있지만, 어떤 이는 불안이나 편견을 통찰로 착각한다. 이 차이는 직관이 얼마나 잘 훈련됐는지에 달려 있다. 직관을 잘 활용하는 리더에게는 네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경험의 양과 깊이다. 다양한 상황을 겪은 리더일수록 패턴을 고차원적으로 인식한다. 다음은 구조적 성찰이다. 단순히 경험하는 것을 넘어 그 경험을 곱씹고 분석하는 과정이 직관을 날카롭게 만든다. 맥락에 따른 감각도 필요하다. 자신의 직관이 강한 영역과 약한 영역을 잘 구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도적인 고요와 경청이다. 훌륭한 리더는 산책하거나 글을 쓸 때처럼 의도적으로 조용한 순간을 만들어 내면의 신호를 듣는다.
직관을 강화하려면 근육처럼 꾸준히 훈련해야 한다. 다음은 직관을 실천하는 다섯 가지 방법이다. 첫째, 차분함을 테스트해 본다. 강한 충동이 들 때 “마음이 아주 차분한 상태에서도 내가 과연 이 결정을 똑같이 내릴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본다. 이를 통해 직관과 감정적 서두름을 구분할 수 있다. 둘째, 결정을 성찰한다. 중요한 결정을 내린 후, 무엇을 느꼈는지, 어떤 패턴을 봤는지, 어떤 신호를 따랐는지 기록하고 돌아보며 직관이 얼마나 정확했는지를 평가해 본다.
셋째, 직관을 발휘하는 과정에 이름을 붙인다. ‘정보를 모으는 단계’ ‘신호를 해석하는 단계’와 같이 직관을 발휘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명명하면 충동적인 결정을 막고 의식적으로 과정을 제어할 수 있다. 넷째, 조력자를 곁에 둬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동료나 조언자 집단에 당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질문을 던져 달라고 부탁한다. 마지막으로 작은 결정부터 훈련해 본다. 회의 중 발언을 할지 말지와 같은 작은 결정을 내릴 때 직관을 활용하는 연습을 해본다.
직감은 행동으로 이어질 때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우버의 초기 투자자들은 직감을 느끼는 데 그치지 않고 과감한 투자라는 행동으로 옮겼다. 그리고 멘토링, 자원 지원, 전략적 방향 제시 등을 통해 자신들의 직관이 옳은 선택이 되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직감이 단순히 통찰에 그치지 않고 성공으로 이어지려면 결국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디지털 아티클 ‘직관을 갈고닦는 법’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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