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 “이념이 밥 안 먹여줘”… 그럼 반도체-전력망법 처리부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4일 2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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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이념·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겠나”라며 탈이념·탈진영의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했다. 그동안 강조해 온 ‘복지’ ‘분배’ 대신 ‘성장’을 11번이나 언급했다. 자신의 간판 브랜드인 기본소득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제외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 대표는 특히 기업 중심의 ‘민간 주도 성장’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가야 한다”고 했다. “기업의 성장 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며 첨단 분야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 전환 등 기업 활동 장애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저성장의 고착화와 정치적 혼란으로 국민들의 삶이 어려워진 지금은 경제적 안정과 회복, 성장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대표가 과거에 여러 차례 실용주의를 천명했음에도 말과 행동이 서로 달랐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당 대표 출마 당시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을 강조했다. 출마선언문에서 ‘성장’을 14차례나 언급하고 전력망과 인공지능(AI)을 신성장 키워드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작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아 “성장이 곧 복지이자 발전”이라며 “민생의 핵심은 기업활동”이라고 했지만 기업 경영을 옥죄는 상법 개정안, 파업 조장 우려가 있는 ‘노란봉투법’ 등을 밀어붙였다.

기업이 앞장서는 성장을 강조한 이 대표의 선언이 진정성을 얻으려면 몇 마디 말보다는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우선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주 52시간 규제 적용 예외 등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특별법부터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세계 각국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는데 우리만 기업의 손과 발을 묶고 경쟁할 순 없다. 반도체, AI 등 첨단산업 전력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망 특별법의 국회 통과도 시급하다. 기업 활력을 높일 수 있는 경제 입법에 매진하고 반기업 입법을 철회해야 이 대표의 성장론이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분장술’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신년 기자회견#실용주의#민간 주도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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