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 “尹 출당 도리 아냐”… 이래서 ‘탄핵의 강’ 건너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13일 23시 27분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3일 울산 남구 신정시장 인근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2025.5.13/뉴스1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3일 울산 남구 신정시장 인근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2025.5.13/뉴스1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 문제와 관련해 “탈당하느냐 안 하느냐는 본인의 뜻”이라며 “자기가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켜서 면책될 수가 없고, 도리도 아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 또는 출당 조치에 선을 그은 것이다. 김 후보는 전날 채널A에 출연해선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국민이 굉장히 어려워한다”며 “계엄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의 여파, 즉 국민의 어려움과 고통에 대해선 사과하면서도 그 계엄을 발동한 ‘1호 당원’과의 절연에는 손을 내젓는 김 후보의 태도는 그와 국민의힘이 처한 근본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당내 친윤(친윤석열) 세력의 도움 아래 당 경선에서 승리한 김 후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지만 그 세력의 지지 없이는 ‘대선 후보 김문수’가 있을 수 없었다는 존재론적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그간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을 옹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계엄은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고 부정선거 음모론에도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그의 대선 후보 여정도 국회에서 국무위원들을 향해 일어나 사과하라는 야당 의원의 질타에도 자리에 앉아 사과를 거부한 ‘꼿꼿문수’ 장면에서 시작됐다. 그는 지금도 “계엄은 극단적 선택 중 하나인데 그 방법이 옳았느냐에 많은 논란이 있지만…”이라며 모호한 태도다.

이런 줄타기식 태도는 김 후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대미문의 후보 교체 소동 와중에 김 후보를 공격하던 이들이 일제히 태도를 180도 바꿨는데, 그 급속한 ‘태세 전환’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김 후보를 두고 “알량한 후보 자리”라던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 후보의 단일화 버티기에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라고 맹비난했던 박수영 의원 등 친윤계 인사들은 이젠 누구보다 더 열심히 선거운동을 한다며 그 모습을 자랑하기에 급급하다.

김 후보가 사과는 했다지만 여전히 미진하다. 옆구리 찔러 절 받는 식의 사과로 국민을 설득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김 후보와 국민의힘이 ‘윤석열의 그늘’에 갇혀선 중도 확장은커녕 폭넓은 보수층 지지도 확보할 수 없다. 음모론과 망상에 사로잡힌 세력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대선 승리는커녕 이후 보수정당의 재건도 어려울 것이다.


#김문수#윤석열#탈당#비상계엄#국민의 고통#대선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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