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국회의장과 정당대표와의 오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천하람 개혁신당 당 대표 권한대행,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 대표 권한대행,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겸 당 대표 직무대행(이 대통령 오른쪽 시계방향으로).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4일 통합, 실용, 타협을 국정의 큰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에서 낭독한 취임사에서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처럼, 모든 국민을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또 “양보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되살리겠다”고 했다. 비상계엄과 탄핵이 남긴 상처 극복이란 과제를 안고 취임한 이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제1과제로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또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만들겠다”며 탈이념도 선언했다. “진보, 보수는 없다. 필요하면 박정희 정책, 김대중 정책도 구별 없이 쓰겠다”는 약속도 했다. 지난해부터 내놓았던 실용주의 정치에 대한 의지를 취임사에서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선제적 소통 행보는 취임 후 첫 오찬에 국회의장 및 여야 대표를 초청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전쟁 같은 정치가 아닌 대화하면서 경쟁하는 정치를 바란다”고 했고, 국민의힘 김용태 비대위원장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자주 연락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정부 3년은 정치 대화가 실종됐던 시기였다. 윤 전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제대로 대화한 것은 지난해 차담이 유일했다. 이런 틀을 깨고 이 대통령이 정치 대화 복원에 나설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6·3 대선에서 49.42% 득표율로 1728만 표를 얻었다. 민주당 쪽 대선 후보로선 가장 높은 득표율이자 역대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 2위와 289만 표 차(8.3%포인트 차)의 최다 득표를 했지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는 이재명 정권에 힘을 실어주되 일방 독주는 경계하라는 ‘절묘한 민의’를 보여준 것이다. 190석에 가까운 범여권 국회 의석까지 확보한 이재명 정권은 이런 민의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겸허한 자세로 통합과 협치에 나서야 할 것이다.
소통 노력은 어쩌면 하루이틀 내로 고비를 맞을 수도 있다. 민주당이 대선 전 공언한 각종 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하는 과정에서 야당과 충돌이 빚어질 수도 있다. 역대 모든 대통령은 취임사에 장밋빛 미래를 담았다. 그러나 실제 국정은 여러 이유로 약속에서 멀어지는 과정이 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 치열한 공방 상대였던 야당에 손을 먼저 내밀었다. 그런 시도가 범여권의 조율된 노력으로 이어질지, 야당이 반대 일변도라는 그동안의 공식을 벗어나 손을 마주 잡을지 온 국민이 양쪽 모두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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