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일본은 30%나 35%, 또는 우리가 정하는 어떤 수치를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4월 초 일본에 부과했던 24%보다 높은 관세율을 일방적으로 통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2일에는 46%를 물리기로 했던 수입품 관세를 20%로 낮춰주는 내용의 협상을 베트남과 타결했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 조율차 방한하려던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계획이 갑자기 취소됐다. 막후 통상협상에서 뭔가 삐걱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상호관세 유예조치 시한인 8일을 앞두고 거칠어지고 있다. 동맹국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일본은 30∼40년 동안 우리 부(富)를 빼앗으면서 버릇이 없어졌다”는 표현까지 썼다. 일본 정부가 자국 쌀값이 폭등해도 미국 쌀 수입을 안 늘리고, 일본 자동차에 붙을 25% 품목관세의 대폭 인하를 관철하려 한다는 데 대한 불만이 커 보인다. 반면 미국산 수입품 관세를 아예 없애고, 자국 제품의 대미 수출 관세는 20%로 정하는 데 동의한 베트남에 대해선 찬사를 보냈다.
다음 주로 예정된 루비오 장관의 방한 무산을 놓고는 한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릴 합의안 마련이 쉽지 않은 게 원인이란 해석이 나온다. 7월 말로 조율 중이던 정상회담도 다음 달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아직 (한미) 쌍방이 정확히 뭘 원하는지가 명확히 정리되지 못한 상태다. 8일까지 협상을 끝낼 수 있는지 확언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미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협상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우리만 시한에 구애받을 이유는 없다. 다만 부쩍 조급해진 미국에 지연 전술을 편다는 인상을 우리 정부가 줬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 측 요구안 중에서 타협 가능한 건 뭔지, 도저히 피할 수 없다면 무얼 먼저 양보할 건지 결정해 둘 필요가 있다.
세계 최강국이 일방적으로 포문을 연 관세 전쟁에서 아무런 피해 없이 원하는 걸 모두 얻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자동차, 반도체 수출 등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 남겨둔 협상카드를 이제 하나씩 꺼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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