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2000명 증원 발표 후 수련병원에서 집단 사직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복귀 조건으로 정부에 3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19일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의결한 요구안은 지난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재검토를 위한 협의체 구성,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 기구 설치다. 앞서 제안했던 7대 요구안보다 완화된 조건이어서 1년 5개월째로 접어든 의정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전공의들이 돌아온다면 가장 먼저 반길 사람은 환자들일 것이다. 중증 환자 진료의 필수 인력인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한 후 지난해 7대 주요 암 수술 건수가 전년 대비 7.3% 줄었고, 중증 환자가 몰리는 서울 ‘빅5’의 경우 암 수술 환자 수가 절반 넘게 감소했다.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하는 전공의들이 줄면서 중증 질환을 담당할 전문의 배출 규모가 509명으로 전년도의 18.7%로 급감했다.
잘못된 의대 증원 정책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면 올 9월 하반기 모집에는 어떻게든 많은 전공의가 지원하도록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전공의협의회가 이번에 제시한 3가지 요구안은 별도의 요구가 없더라도 정부가 필수 의료 강화와 양질의 의료를 위해 마땅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의정 간 회의체를 구성하고, 전공의들이 허드렛일이나 하며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수련 체계도 재정비해야 한다.
앞서 전국 40개 의대가 수업 거부로 유급 대상이 된 의대생 8000여 명의 2학기 복귀를 결정하자 학내에서 과도한 특혜라는 반발이 나온다. 학칙과 형평에 어긋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의료인력 양성 체계가 무너질 수 있는 초유의 비상 상황이다. 정부와 대학은 제구실 하는 의사 양성을 목표로 복귀생 교육 및 수련 대책을 세우고 학내 구성원들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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