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5곳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경기 남양주 왕숙지구에서 본청약이 시작됐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3기 신도시 공급이다. 3기 신도시 5개 지구 모두 각각 첫 단지 분양을 시작하면서 공급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관건은 앞으로의 속도다. 최초 발표부터 첫 입주까지 평균 9년이 걸릴 예정인 ‘느린 공급’이 계속된다면 수도권의 공급 갈증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많다.
2018년 12월 문재인 정부 때 발표된 3기 신도시는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고양 창릉·부천 대장 등에 총 17만3000채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상반기에 첫 입주가 시작돼야 했지만 토지 보상, 인허가 협의 등이 지연되면서 계획보다 2년 이상 늦어졌다. 2022년부터는 시작됐어야 할 분양은 아직 4% 정도만 진행됐고, 지난해 말까지 착공에 들어간 물량은 6%에 불과하다.
현재 속도가 가장 빠른 인천 계양이 계획 발표 후 8년 만인 내년 12월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서울 강남 접근성이 좋아 주목받는 하남 교산은 2029년 6월에야 입주가 가능해 10년 6개월이나 걸린다. 이마저도 시범단지일 뿐 3기 신도시 물량의 절반 이상은 2030년이 넘어야 실제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에 추가로 지정된 지구들도 진행이 더디다. 광명시흥은 아직 토지 보상도 착수하지 못했고, 의왕·군포·안산, 화성 진안은 개발 밑그림인 지구계획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두 차례 공급 대책을 통해 3기 신도시 공급 물량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정작 중요한 공급 속도를 높이는 데는 실패했다. 2기 신도시보다 보상 착수는 빨랐지만 지구별 돌발 상황에 대응하지 못해 완료 시기는 늦어졌다.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간 협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데도 “입주 지연은 없다”고 했지만 결국 본청약이 줄줄이 밀리면서 불신만 키웠다.
이재명 대통령은 “4기 신도시는 없다”며 3기 신도시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정책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중요하지만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구별로 사업이 지연되는 요인을 제대로 파악해 맞춤형 대책으로 행정 절차를 단축해야 한다. 3기 신도시 예정지역에 남아 있는 공장, 군부대 이전 속도를 높이고, 신도시 내 교통 인프라도 차질 없이 구축해야 한다. 3기 신도시 입주가 희망 고문에 그친다면 수도권 집값 안정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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