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더그 버검 미국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과 한미 양국 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한국 정부와 조선업체가 미국의 조선업 부활을 지원하는 방안이 막바지에 접어든 한미 관세협상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쇠락한 미국 조선 산업에 한국 자본과 기술을 대규모로 투입하는 대신 관세율 등에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대중국 패권경쟁에서 미국의 약점으로 부각된 조선산업 분야의 한미 협력이 최근 이상 기류를 보이고 있는 협상의 방향을 바꿀 결정적 카드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정부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 3사와 함께 한미 조선협력 방안을 만들기 위해 고심 중이라고 한다. 우리 기업이 인수한 미국 현지 조선소에 투자를 확대해 규모를 키우거나, 새로운 조선소를 인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5%로 예고된 한국의 상호관세, 이미 부과 중인 25%의 자동차·부품 관세와 관련해 “돈을 내 낮추라(buy it down)”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조선업 협력은 미국이 먼저 요구한 사안이다. 작년 1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당선 축하 전화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한다”고 했을 정도다. 중국의 군함이 곧 400여 척으로 늘어나는데, 미 해군은 300척에도 못 미친다는 게 미국의 큰 고민거리다. 향후 10년간 군함, 상선 등 200척 이상의 배가 필요하지만 미국의 연간 선박 건조능력은 7척 안팎에 그친다. 세계 2위 한국 조선업의 도움 없인 문제를 풀 방법이 없다.
이미 한국 조선업체들은 발 빠르게 대비해 왔다. HD현대는 지난주 미국 내에 18개 조선소를 보유한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컨테이너선 건조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화오션이 작년 말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는 최근 미국 조선소로는 46년 만에 처음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수주했다.
다만 양국 조선업이 본격적인 협력을 하려면 민간 기업만으론 힘이 부친다. 우리 조선업체가 미 군함의 유지·보수·정비(MRO), 더 나아가 군함 건조에 나서려면 안보와 관련한 한미 양국의 든든한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막대한 대미 투자를 떠받칠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은 필수다. 국방비 증액과 조선업 투자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 양국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조선업 협력에 우리 정부가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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