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확대하는 내용의 2차 상법 개정안이 25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4일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처리에 이어 기업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강화하도록 상법을 1차 개정한 지 불과 53일 만의 일이다.
2차 개정안의 핵심은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 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기업 경영이 더 투명해지고 소액 주주의 권익이 신장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경제계는 경영권 분쟁과 소송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구조조정,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회사 성장을 위한 각종 결정이 소액 주주나 외국계 자본, 행동주의 펀드 등의 반대에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다음 달 정기국회에서 기업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더 더 센 상법 개정안’을 추진할 것을 예고했다. 25일 2차 상법 개정안 통과 직후 자사주 소각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며 시동을 걸었다. 마땅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는 기업들이 투기자본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자사주 비중을 늘려 온 게 현실이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할 경우 기업들은 외부의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기업 경영을 옥죄는 더 강도 높은 상법을 밀어붙일 게 아니라 기업이 경영권 위협 가능성에 대응할 방패를 만들어줘야 한다. 민주당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 상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경영권 방어 장치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 경영 판단 원칙을 명문화하고, 배임죄도 축소·폐지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배임죄 적용 완화 가능성을 밝힌 만큼 더 늦출 이유가 없다. 차등의결권, 포이즌 필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허용하는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도 필요하다.
관세 폭격과 저성장에 빠진 한국 경제가 수렁에서 탈출하려면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들이 소송을 피하려 경영 판단을 미루고 경영권 위협에 전전긍긍하는 상황에선 불가능하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후속 입법에 당장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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