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美 ‘피스메이커論’으로 통했지만, ‘동맹 현대화’ 숙제는 남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6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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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워싱턴=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달라”고 요청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그를 만나고 싶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 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에 평화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북-미 회동 추진을 제안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추진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새 정부 외교의 최대 시험대였던 이번 한미 정상회담 관문을 일단 무난히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예측불허의 긴장감 속에 시작된 회담이 화기애애하게 끝난 것만으로도 크게 안도할 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3시간 전 돌연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 같은 게 일어나고 있는 건가’라는 메시지를 띄웠지만 이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 “오해라고 확신한다”며 물러섰다. 그런 해프닝 끝에 두 정상은 서로에 대한 최상의 지지와 협력을 다짐하며 회담을 마무리했다.

이런 의기투합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이 대통령의 찬사 공세가 주효했다. 이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의 황금빛 새 단장부터 미국 주식 시장의 최고치 경신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일 최고의 상찬을 이어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메이커’ 역할을 주문하며 “저는 ‘페이스메이커’로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대중 정부 이래 이어진 ‘한반도 운전자론’을 접고 미국의 조력자로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낮춘 것이다.

그런 이 대통령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다. 정말 똑똑하다. 미국의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다”고 극찬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에 집중함으로써 주한미군 역할 조정 같은 한미 간 민감한 현안은 다뤄지지 않았다. 공동선언 같은 합의문도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굳이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얘기가 잘됐다”고 했지만 실상 민감한 논의는 피하고 후속 실무 논의로 넘긴 때문일 것이다.

이 대통령은 싱크탱크 모임에서 “한미동맹을 더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현대화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안미경중)’ 태도에 대해 “과거처럼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이런 발언이 한미동맹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자는 데 동의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이미 이 문제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은 이 대통령이다. ‘동맹 현대화’를 둘러싼 한미 간 조율이 만만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재명#한미 정상회담#도널드 트럼프#김정은#한반도 평화#북-미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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