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최근 용산구에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줬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황급히 취소했다. 3년 전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골목에서 159명이 사망했는데, 같은 장소에서 지난해 열린 핼러윈 행사를 잘 관리했으니 상을 준다는 서울시의 발상은 누가 봐도 상식과 거리가 멀다. 박희영 구청장이 환하게 웃는 사진을 담아 보도자료를 낸 용산구를 두고서도 유가족은 “큰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이태원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소방대원이 최근 연이어 목숨을 끊은 것에서 볼 수 있듯이 3년이 흘렀음에도 참사의 아픔은 현재진행형이다. 유가족 요구에 따라 특별법이 제정되고, 특별조사위가 출범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지도 두 달밖에 안 됐다. 그런데 마치 다 끝난 일인 것처럼 상을 주고받은 서울시와 용산구는 무신경함과 공감 능력 결여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서울시는 다음 달 용산구에 오세훈 시장의 표창과 상금을 줄 계획도 세웠었다고 한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 행사는 축제가 아니라 하나의 현상”이라며 줄곧 사고 예방의 책임을 부정해 온 인물이다. 축제로 간주된다면 재난안전법상 지자체장에게 안전관리 의무가 있으니 이를 회피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용산구는 보도자료에선 “주최자가 없는 축제라도 안전은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말을 뒤집었다. 참사는 ‘자신의 책임’이 아니지만 안전관리를 잘한 건 ‘자신의 공’이라는 이중잣대가 아닌가.
박 구청장을 포함해 용산구 직원 4명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 됐지만 여전히 핼러윈 참사 관련 재판을 받는 중이다. 그런 만큼 수상 소식을 담은 보도자료를 통해 ‘셀프 면죄부’를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도 묻게 된다.
서울시는 “비상식적 조치”라는 유가족 성명이 나오고 언론의 집중포화가 쏟아지자 포상 자체를 백지화했다. 용산구는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서 지웠다. 이번 사태는 유가족 성명대로 ‘행정 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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