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먼저 만나자고 해야 할 판에… 장동혁, ‘李 회동’ 조건 따질 땐가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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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여야 대표와 회동하는 형식을 빌려 국민의힘 대표와 만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하지만 장동혁 대표는 이날 응할 것인지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형식과 의제가 중요하다”거나 일대일 회동을 약속하라는 조건을 달았다는 점에서 선뜻 만날 뜻이 없음을 드러냈다.

장 대표는 지금이 만남의 형식을 따질 시점인지, 또 국민의힘이 그럴 처지인지 자문해 봐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은 중요 정상외교를 마치고 귀국하면 여야 대표에게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어 야당과 소통의 기회를 만들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만이 그러지 않았을 뿐이다. 게다가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에 이어 26일 장 대표가 선출됐다. 대통령이 새 대표들과의 상견례를 통해 막힌 정국을 뚫을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누가 봐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금은 여야 간에 진지한 대화는커녕 악수마저 나누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최악의 정치 중단 상태다. 집권 여당에서 소수 야당이 된 국민의힘 대표가 먼저 나서서 이 대통령과 여당 대표에게 만나자고 독촉해도 부족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입법 및 예산 심사 과정에서 소수당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대통령을 만나야 자신들이 비판해 온 국정의 문제를 제기하고 변화를 요구할 수 있지 않나. 대통령이 먼저 제안한 회담을 거부하는 것은 정치적이지도, 전략적이지도 않다.

윤석열 정부 시절 이 대통령은 국회의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의 대표였음에도 윤 전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조건 없는 민생 회담을 촉구했다. 의석수도 적고 여론의 지지가 집권 여당의 절반에 그치는 야당으로서 대화 문을 걸어 잠근 채 ‘정권과의 전쟁’에 나서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야당을 무시하며 독단적 국정 운영을 거듭하다 불법 계엄으로 추락했다.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한 장 대표가 불통의 전철마저 밟아선 곤란하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생 법안이라면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말이 진심이라면 이 대통령이 제안한 회담을 견제와 협력을 병행하는 야당다운 면모를 보여줄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회담 형식을 핑계 삼는 소모적 신경전으로 그런 기회를 걷어찰 이유가 없다.


#한미 정상회담#이재명 대통령#국민의힘#장동혁 대표#여야 대표 회동#정치 소통#야당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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