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9개월 만에 전공의 복귀했지만, 산적한 의료개혁 과제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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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났던 사직 전공의 상당수가 업무 현장에 복귀한 1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의대 정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났던 사직 전공의 상당수가 업무 현장에 복귀한 1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해 2월 의대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했던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상당수가 1일부터 복귀했다. 올해 하반기 전공의 1만3498명 모집에서 수도권 수련병원은 정원의 70∼80%, 지역 수련병원은 50% 수준을 선발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미 근무 중인 전공의까지 합치면 대략 1만여 명의 전공의가 수련병원으로 돌아온 것이다. 1년 7개월 만에 의정 갈등이 수습 국면에 들어서고, 의료 시스템 마비도 차츰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의대 증원은 그 필요성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상당했음에도 근거가 부족한 2000명 증원을 밀어붙이다 거센 저항을 불렀다. 의대생은 동맹 휴학, 전공의는 집단 사직으로 학교와 병원을 떠났다. 수술과 진료가 급감한 탓에 환자들은 병원을 떠돌았고, 수련 중단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의사 양성에 차질을 빚었다. 이번에 의대생에 이은 전공의 복귀로 ‘트리플링’ 의대 교육이나 전문의 배출 중단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의정 갈등 속에 상처가 곪고 터져 버린 우리 의료 시스템은 근본적인 치료가 시급하다.

전공의 복귀는 반갑지만 그로 인해 수도권과 지역 병원 간 의사 수급 불균형은 더욱 악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지역 병원에 취업했던 사직 전공의들이 수도권으로 자리를 옮기는 ‘도미노’ 이직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수당과 주거 지원으로 의사 정주를 유도하는 지역 필수의사제 시범 사업은 전체 모집 인원(96명)의 약 60%만 채워졌다. 개원가로 떠난 필수 의료 전공의의 복귀율도 저조하다. 특히 지역 병원은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 과목 의사를 아예 구할 수 없어 분만실, 응급실 문을 닫고 있다.

의대 증원은 당초 ‘출산 난민’ ‘응급실 뺑뺑이’로 대표되는 지역-필수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됐다. 지난 정부의 의대 증원이 백지화됐더라도 지역-필수 의료를 강화하려는 의료 개혁의 동력까지 꺼져선 안 된다. 적정 의료 인력을 확보하고 왜곡된 보상 체계를 바로잡아 지역-필수 의료 기피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전공의 수련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의료 대란 재발을 방지할 대책도 필요하다. 정부와 의료계가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아가면서 ‘의료 개혁’이라는 난제를 차분히 풀어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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