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검법 합의 밤사이 뒤집은 與… 信義 팽개친 ‘콩가루’ 지도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1일 23시 24분


코멘트
더불어민주당이 11일 내란·김건희·채 상병 사건을 수사하는 3대 특검의 기한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여야 합의를 하루 만에 뒤집었다. 여야 원내대표는 전날 민주당이 국민의힘 요구를 수용해 특검 수사 기간을 늘리지 않는 대신, 국민의힘은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기 위한 금감위법 개정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원안대로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단독 처리한 것이다.

당초 국민의힘은 특검법 처리를 강하게 반대해 여야 대치가 불 보듯 뻔한 상태였다. 민주당은 금감위법 소관 국회 상임위원장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 협조 없이는 내년 1월 정부조직 개편 시행에 맞춰 법안 통과가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가 6시간 협상 끝에 서로 일부를 양보하며 모처럼 접점을 찾은 터였다. 하지만 하룻밤 사이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도부 뜻과 다르다며 제동을 걸었고, 합의 당사자인 김병기 원내대표마저 최종 합의가 아니었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합의 파기 사태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간 내분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정 대표가 사전에 합의 내용을 몰랐다고 하자 김 원내대표는 정 대표와 이미 합의한 내용이라며 발끈했다. 급기야 김 원내대표가 정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 대표가 뒤늦게 사과했지만 집권 여당이 야당과 핵심 쟁점을 협상하면서 지도부 간 소통이 없었다는 설명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취임 100일 회견에서 합의를 몰랐다면서 합의에 반대한다고 했다. 당정 간 소통마저 제대로 되지 않는 건지 의문이다.

여권의 이런 불협화음은 강성 지지층이 합의에 극렬히 반발하고 여기에 당내 강경파들이 대거 가세한 것과 무관치 않다. 여당이 이들의 입김에 휘둘린 채 여야 합의마저 팽개치며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정치 복원을 약속하며 웃는 얼굴로 악수한 지 사흘 만에 여야는 강 대 강 충돌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이 대통령은 “통합은 유능의 지표이고 분열은 무능의 결과”라고 말한 적 있다. 지금 여당을 보면 협치를 할 생각도, 그럴 능력도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특검법#금감위법#정부조직개편#내란수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