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9.15. [서울=뉴시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6000여 개 경제 형벌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1년 안에 30%를 개선하겠다. 그중에 배임죄도 포함된다”고 했다. 이틀 전 이재명 대통령이 “현행법상 기업 활동을 처벌하는 조항이 지나치게 많다. 대대적으로 바꿔볼 생각”이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의 각종 법률에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 경영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온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형법은 물론이고 중대재해처벌법,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 등에도 기업인 개인을 처벌하는 조항이 수두룩하다. 작년에 정부의 ‘경제형벌규정 개선 태스크포스(TF)’가 집계해 봤더니 414개 경제 관련 법률 중 형벌 규정만 5886개나 됐다고 한다. 이 중 상당수는 기업과 기업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兩罰) 규정이다.
중대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한 기업의 사업주가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중대재해법이 대표적인 경제 형벌이다.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징역형의 하한선까지 정해 기업인을 무겁게 처벌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대다수 선진국들은 산재 사망사고를 벌금형 또는 한국보다 낮은 수준의 금고형 등으로 처벌한다.
공정거래법의 여러 위반 사안에도 시정명령·과징금 부과와 함께 형사처벌 규정이 추가로 붙는다. 대기업집단의 총수가 친족의 주식 소유 현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하면서 일부를 누락한 경우에도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미국 등 대다수 선진국은 공정거래법과 관련해선 담합 등 일부 중대한 사안만 형사 처벌한다.
그동안 중요한 경영상의 결정에 서명할 때마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심정’이란 기업인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았다. 외국 기업들은 경력에 ‘빨간 줄’이 갈까 봐 한국법인 대표 맡기를 기피하는 임원들 때문에 고민이라고 한다. ‘경제 형벌 1년 내 30% 개선’이란 목표는 움츠러든 기업인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에는 너무 제한적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꼭 필요한 일부 경제 형벌만 남기면 된다. 30%를 손본 뒤 남게 될 4120개도 너무 많다. 더 과감한 손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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