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12월 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지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신화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이 가시화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공식화했고, 조현 외교부 장관도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중 정상의 동시 방한은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 이후 13년 만이다. 한국이 국제 질서의 향방을 가늠할 초대형 정상외교 이벤트의 무대가 되는 것이다.
이번 회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 일단락될지 계속될지의 갈림길에서 열린다. 미중 관세 유예 기간이 끝나기 열흘 전 개막하는 APEC은 미중 정상이 첫 대면 담판을 통해 통상질서 변화의 물꼬를 트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미국과 안보·경제 동맹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중국과 경제협력을 이어가야 할 한국의 입지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하지만 APEC까지 넘어야 할 고비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펀드의 구체적 내용을 놓고 한미 협상이 교착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공개된 미 타임지 인터뷰에서 펀드 투자 방식에 동의하면 “탄핵당할 것”이라고 할 정도로 한국 경제가 받을 피해가 엄청나다. 그렇다고 협상을 무작정 끌 수도 없다. 일본 등 주요 경쟁국보다 높은 관세를 무는 상황이 길어지면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어떻게 해서든 간극을 좁힐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APEC을 북핵 해결의 단초로 만들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보유를 용인하는 듯한 태도가 변수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면 보상한 뒤 군축,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3단계 해법을 밝혔다. 이를 미국과 한 치의 틈도 없도록 조율해야 엇박자를 막을 수 있다. APEC 계기 한중 정상회담 전까지 중국이 비핵화 목표를 명확히 밝히도록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미국과 함께할 것이지만 중국과 적대시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미중 사이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한미 관계의 불확실성 제거, 중국과의 신뢰 회복, 비핵화 해법에 대한 미중의 동의라는 3박자가 갖춰져야 가능한 일이다. APEC까지 남은 42일 동안 이런 토대를 확보하기 위한 전방위 외교 총력전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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