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년 뒤 문 닫는 檢… 형사사법체계 혼란도 공백도 없어야 한다

  • 동아일보

코멘트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9차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김용민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1948년 8월 정부 수립과 함께 설치된 검찰청은 78년 만에 간판을 내리게 된다. 뉴스1
검찰이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은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를 포함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948년 법원으로부터 분리돼 수사와 기소 권한을 모두 틀어쥔 막강한 형사사법기관으로 군림해 온 검찰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제 유예 기간 1년이 지나면 기소는 법무부 산하에 신설되는 공소청이, 검찰이 하던 수사는 행정안전부 산하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맡게 된다.

수사·기소권은 물론 영장 청구권까지 독점한 우리나라 검찰은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강력한 권한을 누려왔다. 검찰은 이 무소불위의 힘을 스스로 절제하지 못하고 오남용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특히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에는 눈을 감고, 죽은 권력에는 가차 없이 사정의 칼날을 들이댔던 일부 정치 검사들 행태는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환기시켜 왔다. 이에 문민정부 이후 꾸준히 개혁 시도가 있었지만, 정권마다 검찰을 잘 드는 칼로 활용하고 싶은 욕구를 떨치지 못하면서 개혁 작업이 흐지부지되거나 미완(未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검사들이 권력의 입맛에 맞춰 자의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해 온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전 대통령 집권 이후 일부 ‘친윤’ 검사들이 보인 행태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검찰이 4년 넘게 뭉개다 무혐의로 종결했던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이 재수사에 나서자마자 핵심 증거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민주화 이후 사실상 견제를 받지 않는 권력이 된 검찰은 내부 비리나 부패사건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환부를 도려내는 대신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 별장 성 접대 혐의를 받았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두 차례나 무혐의 처리하면서 사건을 질질 끌어 증거가 사라지고 공소시효가 끝나버리게 한 게 단적인 사례 중 하나다. ‘스폰서 검사’ 사건 때는 경찰이 검찰을 수사하게 둘 수 없다는 특권의식을 은연중 내보이며 수사를 방해하고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검찰이 자체적으로 개혁할 기회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대개는 시늉내기로 끝났다. 때로는 정치권의 개혁 시도를 교묘하게 무력화시켜 논란을 빚는 일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 때 법 개정으로 대폭 축소된 검찰의 수사 범위를 윤 정부 출범 후 시행령으로 대부분 원상 복구시킨 게 대표적이다.

개정안 통과로 검찰청 폐지는 기정사실이 됐지만 남은 과제가 만만치 않다.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면서 특정 기관에 권한이 쏠리지 않도록 새판을 짜는 건 형사사법 제도의 근간을 완전히 바꾸는 작업이다. 진정한 개혁 작업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당장 중수청을 관할하는 행안부의 권한이 비대화할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경찰의 수사권을 견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수사기관 간의 힘겨루기나 권한 다툼을 막을 안전장치도 갖춰져야 할 것이다.

또한 제도 이행 과도기에 수사 공백이 빚어지는 일도 최소화해야 한다. 공소청에 보완 수사권을 부여할지, 기존 검찰 인력을 어떻게 재배치할지는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주제다. 법 시행까지 남은 1년은 그간의 소모적 정쟁을 끝내고 제도의 완결성을 높이는 데 머리를 맞대는 골든타임이 돼야 한다.



#검찰청 폐지#정부조직법 개정안#수사권 분리#기소권 분리#중대범죄수사청#검찰개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