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핵 보유 인정’ ‘두 국가론 지지’… 정동영 대체 왜 이러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1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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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북한의 2국가론과 남북기본협정 추진 방향’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5.9.24. 뉴스1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대북 정책에서 연이어 혼선을 일으키는 행보로 논란에 휩싸였다. 정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제포럼 참석을 위해 찾은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은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3대 국가 중 하나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북한을 중국, 러시아와 함께 핵탄두와 투발 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모두 갖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정 장관의 발언 4일 전 내놓은 언급과도 상충된다. 이 대통령은 미국 뉴욕 방문 때 북한이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만 남겨 뒀다고 했다. 대기권 진입 때 고열과 충격을 견디는 이 기술은 ICBM 완성을 위한 마지막 단계다. 진영승 합참의장도 최근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능력을 검증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정작 대북 정책의 주무 장관은 북한이 ICBM 기술을 완성했다는 취지로 말하니 국민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 장관은 북한이 스스로 ‘전략국가’라고 말한다며 북한의 전략적 위치가 달라진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고도 했다. 전략국가는 북한이 핵보유국을 자처할 때 쓰는 표현이다. 정 장관의 말은 북한이 원하는 대로 핵보유를 인정한 상태에서 협상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핵보유국 인정 불가 방침인 정부의 비핵화 목표와 배치되는 주장이다.

그가 최근 밝힌 ‘평화적 두 국가’론도 정부 내 엇박자를 불렀다. 남북이 별개 국가라는 북한 주장을 받아들이자는 논리인데,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통일을 지향한다고 명시한 헌법 조항과 어긋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정부는 두 국가론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음에도 정 장관은 굽히지 않고 있다.

한 달도 남지 않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북핵 문제 관련국인 미국 중국 일본 등과의 치열한 외교전이 예고돼 있다.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정부 내부의 불협화음을 방치하면 당장 정책 조율 파트너인 미국부터 한국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할 수 있다. 이러면 북-미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북핵 해결 방향을 두고 혼란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나아가 대북 정책은 진영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여론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정부가 ‘원보이스’가 돼야 여론을 설득할 수 있다. 대북 정책의 총괄자가 경솔한 발언으로 이런 원칙을 무너뜨려선 안 된다.


#정동영#통일부 장관#대북 정책#북한 핵보유국#비핵화#북핵 문제#한미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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