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처음 짠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심사가 이번 주 시작된다. 올해 본예산 대비 8.1%, 55조 원 증액된 728조 원 규모의 확장예산이다. 게다가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정부의 대미 투자 규모가 결정됨에 따라 예산안이 공개된 8월 말보다 돈 쓸 곳이 많아졌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구를 챙기려는 정치인들의 예산 증액 요구도 빗발칠 가능성이 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인공지능(AI) 대전환을 위해 150조 원 이상 규모로 조성하는 국민성장펀드 예산, 지역경제 활성화용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지원 예산 등 ‘이재명표 사업’들을 최대한 뒷받침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적자국채만 110조 원 이상 찍어야 하는 예산안을 선심성으로 보고 지역화폐,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예산의 삭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여야 갈등이 불가피해 처리 시한인 12월 2일을 지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난해엔 ‘12·3 비상계엄’ 여파로 그달 10일 사상 처음으로 여야 합의 없이 야권이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정부 주도 2000억 달러 대미 투자가 큰 변수다. 연간 투자 규모를 200억 달러(약 29조 원)로 제한하긴 했지만 내년 예산안의 최대 4%에 이르는 큰 금액이어서 어떤 방식으로든 예산안에 반영해야 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열해질 정치권의 지역예산 끼워넣기 경쟁도 우려스럽다. 국회에는 총사업비 500억 원, 국가재정지원 300억 원 이상일 때 경제성·사업성을 검증토록 하는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을 완화하자는 법안들이 다수 발의돼 예산 낭비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올해 말 1300조 원을 넘어설 나랏빚의 이자로 정부는 내년 한 해에만 34조 원을 지출해야 한다. 정부 씀씀이가 경제 성장 속도보다 빠르게 늘어나면 장차 미래 세대가 ‘빚잔치’를 벌여야 할 위험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회성 선심 사업에 과도하게 예산이 배정된다면 2% 아래로 떨어진 잠재성장률 회복도 요원해진다. 사심(私心)을 빼고 성장동력 회복에 집중하는 꼼꼼한 국회의 예산 심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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