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422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현황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국내 인공지능(AI) 생태계 확장이 본격화하면서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으로 11만 원을 돌파했으며, SK하이닉스는 60만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14.37포인트(2.78%) 오른 4221.87,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14.13포인트(1.57%)상승한 914.55로 장을 마쳤다. 뉴스1
지난달 한국의 수출액이 595억 달러를 넘기며 역대 10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추석 연휴로 전년 대비 조업일수가 줄었는데도 수출액은 1년 전보다 3.6% 증가했다. 연일 천장을 뚫고 오르고 있는 코스피는 4,000 선을 돌파한 지 불과 일주일 만인 3일 4,200 선까지 넘어섰다. 수출과 증시의 동반 질주 배경에는 반도체가 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가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접어들면서 침체에 시달리던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반도체 호황의 온기는 산업 전반을 데우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9월 산업 생산은 전달보다 1.0% 증가했는데, 반도체 생산이 19.6% 급증한 영향이 컸다. 반도체 관련 공사가 증가하며 건설투자가 크게 늘었고, 반도체 제조 관련 설비투자도 증가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1.2%를 기록해 연간 1% 성장 달성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 등으로 올해 1∼9월 법인세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조 원 넘게 더 걷히는 등 세수 여건도 개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반도체 호황이 2017∼2018년과는 질적으로 다른 장기 슈퍼사이클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장의 확대로 자율주행, 로봇 등 새로운 수요가 계속 창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AI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확장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뿐만 아니라 구형 메모리 수요도 늘고 있다. 오히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발생할 정도다.
하지만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면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 2017∼2018년 당시에도 반도체 호황에 취해 AI로의 전환 등 다가올 변화에 대비하지 못했다. 시급한 산업 구조조정 등은 뒤로 미뤄졌고 늘어난 세수를 바탕으로 재정 지출을 늘리기에만 바빴다. 하지만 2019년 반도체 호황이 끝나면서 한국 경제도 동반 침체에 빠져 이후 1%대 장기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들은 현재의 호황에 안주하지 말고 초격차 기술 개발과 혁신에 진력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반도체특별법 등을 정비해 기업을 뒷받침하고, 경제 체질 개선과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구조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 세수 증대 기조를 활용해 재정 건전성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이번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돌려 세울 마지막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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