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자문단 위촉식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윤 국무조정실장, 김정민 법무법인 열린사람들 대표변호사,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공직자들의 불법 행위 가담 여부를 조사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가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국무총리실과 49개 중앙행정기관에 각각 적게는 10여 명, 많게는 수십 명의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TF가 설치돼 전체 TF 인원만 500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과 전 기관이 대면, 우편, 전화, 이메일 등을 통해 공무원의 내란 참여 또는 협조 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는 ‘내란행위 제보센터’도 내달 12일까지 운영한다.
정부가 ‘공정한 조사와 신속한 마무리’를 거듭 다짐하고 있지만 공직사회의 우려는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는 “TF의 목적이 신속한 헌정질서 회복, 공직사회의 통합과 안정에 있다”며 ‘신속한 환부 도려내기’를 강조한다. 하지만 당장 음해성 투서가 난무하면서 공직사회 내 불신과 갈등을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은 데다 불법 계엄 관여 기준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향후 TF의 단죄 조치를 둘러싼 정당성 논란도 부를 수 있다.
어떤 조직이든 일단 생겨나면 스스로 존재 가치를 입증하려는 욕심에 빠지기 마련이다. 하물며 대통령과 총리의 적극적 독려 아래 ‘헌법 존중’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고 장관 등 기관의 수장들이 TF 단장으로 대거 이름을 올린 조직이다. 그에 걸맞은 성과나 최소한의 실적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다 보면 무리수를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가 공정성과 객관성 제고 차원에서 외부 자문단도 위촉했다지만 오히려 편향성 논란에 휩싸인 것도 문제다. 총리실의 총괄TF에 참여하는 외부 자문단 4인이 모두 과거 민주당 선거캠프 참여나 비례대표 후보 경력 등이 있는 친여 인사다. 공직자 사정(司正)기구에 정파적 잣대가 얹히면 편 가르고 줄 세우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내란TF 가동은 부정부패나 무사안일 등에 집중됐던 과거의 공직 사정과는 차원이 다른 여파를 불러올 수 있다. 특히 공직자의 과거 정치적 견해나 태도마저 판단의 대상이 된다거나 혹여 누군가를 허위사실로 찍어내는 기회로 삼으려는 악의적 비방도 배제하기 어렵다. 제보자의 익명성 보장 못지않게 무분별한 투서를 막고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것이 칼바람 이후 공직사회에 남겨질 후유증을 그나마 더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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