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닝 크루거 효과’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로 요약하면 딱 들어맞는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의 성을 딴 심리학 용어로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더닝과 크루거는 논문을 발표한 이듬해인 2000년 괴짜들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이그 노벨상을 받았다. 다소 익살스럽게 받아들여졌던 이들의 연구 결과는 알고리즘에 갇혀 정보 편식이 심각해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가 열리면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사회및성격심리학회는 올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회심리 현상으로 더닝 크루거 효과를 꼽았다.
▷더닝과 크루거는 미국 코넬대 대학생을 대상으로 간단한 시험을 치르게 하고 절대적 점수와 상대적 석차를 측정했다. 그 결과, 가장 점수가 낮은 집단(하위 25%)이 실제 점수와 석차보다 자신을 가장 높게 평가하더라는 것이다. 이 집단은 평균 9.6개를 맞혔지만 14.2개를 맞혔다고 생각했다. 백분율로 환산하면 이들의 평균 석차는 88등이었지만 스스로를 32등으로 평가했다.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얘기다. 가장 점수가 높은 집단(상위 25%)은 평균 14등이었지만 32등으로 평가해 그 반대였다.
▷시험을 잘 봤다고 으쓱하며 돌아온 아이의 성적이 처참하거나, 주식 초보자가 몰빵 투자하는 이유다. 문제는 SNS 시대가 도래하며 더닝 크루거 효과가 개인의 실패를 넘어 사회의 실패를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필터링된 편향된 정보만 보는 ‘필터 버블’과 더닝 크루거 효과가 결합하면 허위 정보나 음모론에 쉽게 빠져든다. 음모론이 증폭될수록 사회는 극단으로 분열되고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 자라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트럼프 정부가 한국 부정선거를 파헤친다” “선거 조작범으로 중국공산당 요원을 체포했다” 등의 거짓 주장을 펼치는 극우 유튜버가 극성을 부린다. 이들의 황당한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는 건 보수 성향 고령층만이 아니다. 구독자 20만 명 이상 극우 유튜브 시청자를 분석해 보니 10∼30대가 50∼80대보다 많이 봤다. 학력이나 경력도 상관없다. 중국의 선거 개입을 믿는 일부 교수들이 중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퇴직공무원이라는 사람들이 모여 부정선거 단죄를 주장한다.
▷더닝 크루거 효과는 무지하고 무능할수록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메타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를 피하려면 충분히 공부하고, 그 지식을 의심하며, 다른 의견에 열려 있어야 한다. “유튜브를 통해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극우 유튜브의 열혈 애청자임을 자인한 윤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비상계엄도 더닝 크루거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지도자의 지적 게으름이 나라를 위험에 빠뜨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