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승련]“배은망덕” “미쳤다”… 파국 맞은 트럼프-머스크 브로맨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6일 2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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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맺은 아슬아슬한 정치 동맹이 5일 파탄을 맞았다. 불과 1주일 전 트럼프는 정부효율부(DOGE)를 떠나는 머스크를 위해 백악관 집무실에서 퇴임식을 열어 황금 열쇠를 선물했다. 둘 사이 감정의 골은 이런 식의 ‘해피엔딩 연출’로 덮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머스크가 1년 전 개인 돈 3700억 원을 기부하면서 대선 승리를 돕고, 트럼프는 우주와 방산 계약을 테슬라에 몰아주는 관계를 맺었다. 결별은 막장 드라마와 같았다.

▷누가 먼저 방아쇠를 당겼느냐는 무의미하지만, 그날만큼은 트럼프가 먼저 시작했다. 그는 독일 총리를 옆에 앉혀놓은 자리에서 “실망스럽다. 쓸데없는 전기차 보조금에 수조 원을 퍼부어야 한다”며 머스크를 비판했다. 트럼프가 “크고 아름다운 법안(Big, Beautiful Bill)”이라 부르는 감세법안을 두고 머스크가 이틀 전 “역겨운 흉물”이라고 부른 걸 참을 수 없었던 듯하다. TV 생중계를 봤을 머스크는 실시간으로 자기 소유 X(옛 트위터)에 “나 없었더라면 대선에 졌을 텐데. 배은망덕하다”고 썼다.

▷트럼프는 미독 정상회담 직후 하버드대에 했던 것처럼 테슬라와 맺은 정부 계약 중단 가능성을 꺼내들었다. 감정싸움이 그렇듯 수위는 계속 올라갔다. 머스크는 잠시 후 “트럼프 탄핵에 찬성한다”는 글을 SNS에 링크했다. 트럼프가 “머스크는 미쳤다”고 글을 쓰자, 머스크는 폭탄을 터뜨렸다. “엡스타인 명단에 트럼프가 포함됐고, 이게 정부가 명단 공개를 늦추는 이유”라고 썼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옥살이하던 중 사망한 금융계 거물이다.

▷부동산 사업에 성공한 뒤 TV 명사가 된 트럼프나, 기행을 일삼으면서도 천재적 발상으로 전기차 및 우주산업 왕국을 만든 머스크에겐 공통점이 있다. 자기중심적이고, 2등을 용납 못 할 만큼 자존심(ego)이 세고, 때론 치기 어리다는 점이다. 이런 둘이 한 팀을 이뤄 백악관에 머물며 협력한다는 게 처음부터 불가능했는지 모른다. 주고받은 어린아이 말다툼 같은 싸움이 그걸 잘 보여준다.

▷둘의 결별은 서로를 파괴했다. 테슬라 주가가 하루 동안 14% 폭락해 시총 206조 원이 날아갔다. ‘누구도 도전할 수 없다’는 트럼프 신화도 금이 갔다. 머스크는 “트럼프는 3.5년 남았지만, 나는 40년 더 간다”고도 했다. 동맹국과 경쟁국을 가리지 않고 트럼프식 세계 질서를 심으려는 트럼프에겐 치명적인 장면이다. 글로벌 뉴스미디어는 이날 사건을 흥미롭게 다뤘는데, 트럼프가 자존심 회복을 위해 돌출 행동에 나설지 모른다는 불안한 변수가 새로 추가됐다. 새 정부 출범 뒤 미국과 안보 및 경제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할 우리로선 더욱 조심스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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