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분남(two-minute man)’으로 불린다. 주의력 지속 시간이 2분이라는 뜻인데, 트럼프 내각도 2분남 맞춤형으로 운영된다. 대통령에게 올리는 보고서는 5쪽 이내, 문자보다 직관적인 사진과 그림을 선호한다. 트럼프가 올 4월 국가별 관세를 발표할 땐 대형 그래픽 패널이 등장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도 한국 협상단이 제시한 가로세로 1m짜리 ‘마스가’ 패널이 돌파구 역할을 했다.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는 한국이 1500억 달러(약 210조 원) 펀드를 투자하는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다. 한국 협상단이 투자 규모 못지않게 신경 쓴 부분이 트럼프의 정치 구호인 ‘마가(MAGA)’와 비슷한 프로젝트 이름과 구체적 내용을 한눈에 보여주는 그래픽이다. 세종시 공무원들이 만들어 보낸 그림 파일을 미국 현지에서 출력해 스티로폼 패널에 붙여 완성했다. 관세 협상의 키맨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마스가 패널을 보여주자 “그레이트 아이디어”라고 했단다.
▷트럼프 마음을 연 두 번째 열쇠는 ‘리스펙트’였다. 러트닉 장관은 면담을 앞둔 한국 협상단에 트럼프 상대법을 알려주며 “트럼프가 존중받는다고 느끼게 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리스펙트’라 말하고 ‘아부’라고 알아들었을 것이다. 정치 전문 더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가 주재하는 각료회의에선 ‘여기가 북한인가’ 싶을 정도의 아부 경쟁이 벌어진다. 국방장관은 “대통령이 이끄는 미군에 입대하고자 하도 많은 신병들이 몰려들어 수용이 어려울 지경”이라 보고하고,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대통령의 업적을 설명하고 싶은데 기밀 사항이라 그럴 수 없어 안타깝다”고 한단다.
▷일방적 관세를 얻어맞은 외국 정상들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를 만난 일본 총리는 “신의 선택을 받은 남자”라 했고, 이스라엘 총리는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영국 총리는 국왕의 국빈 방문 초청장을 건네며 “두 차례 국빈 방문은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첨이야말로 돈도 들지 않으면서 트럼프에게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보도했다.
▷주의력 결핍에 어려운 얘기를 싫어하고 칭찬받기 좋아하는 트럼프와 회담을 준비하는 일은 ‘어린아이를 대하는 준비를 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포린폴리시). 그래도 다들 수천억 달러의 선물 보따리를 안기며 트럼프 기분에 맞추려 안달이다. 정의란 힘이 대등한 사람끼리나 통할 뿐, 투키디데스의 명언대로 ‘강자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약자는 감내할 수밖에 없음(The strong do what they will and the weak suffer what they must)’을 절감하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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