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우경임]위험천만한 이륜차 리튬배터리 집안 충전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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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어머니와 20대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17일 서울 마포구 아파트 화재는 아들 방에서 충전 중이던 전동 스쿠터의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버지는 “(불이) 석유를 부은 것처럼 확 올라왔다”고 했고, 이웃 주민은 “펑, 펑, 펑 폭발음이 세 번 반복됐다”고 했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의 특징인 ‘열폭주’ 현상이다. 꼭 닮은 사고가 한 달 전 부산 북구 아파트에서도 있었다. 전동 스쿠터 배터리, 에어컨, 컴퓨터 등 전자제품을 보관했던 현관 바로 옆방에서 순식간에 불길이 솟구쳐 미처 대피하지 못한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숨졌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작고 강한 심장에 비유할 수 있다. 부피당 전기 에너지 밀도가 높아 크기가 작고 충전이 빠르다. 수명도 길다. 그래서 스마트폰, 노트북 등 소형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전동 스쿠터와 킥보드, 자전거 등 전기 이륜차에도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온도, 습기, 충격에 아주 민감해서 잘못 관리하면 불이 나기 쉽다.

▷고온다습한 여름철에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재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 야외에 대충 세워 둔 전동 스쿠터나 킥보드에 갑자기 불이 붙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배터리 내부에 양극(+)과 음극(―)을 나누는 분리막이 온도가 높거나 습기가 차면 손상되기 쉽기 때문이다. 분리막이 손상돼 양극과 음극이 직접 닿으면 온도가 1000도까지 올라가는 열폭주 현상이 일어난다. 배터리가 전소할 때까지 진화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비가 자주 오는 여름은 통계적으로 화재 발생률이 가장 낮은 계절이었는데,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가 빈번해지면서 화재에 계절도 없어졌다.

▷최근 5년간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10건 중 9건은 킥보드, 자전거 등 전기 이륜차가 그 원인이었다. 전기차와 달리 전기 이륜차는 과충전을 막아주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탑재하지 않았거나 부실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집에서 직접 충전하는 경우가 많아 화재 피해를 키우고 있다. 주로 공동주택 생활을 하는 국내에서 실내 충전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올바르게 사용하면 안전한 기술이다. 품질 인증을 받은 정품 배터리와 충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취침이나 외출 중에 충전하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과충전은 화재를 부른다. 충전이 완료되면 즉시 플러그를 뽑는다. 불씨를 끈다고 생각해야 한다. 한꺼번에 여러 기기를 멀티탭에 꽂아두는 것도 금물이다. 배터리 제품을 차량 내부, 창가, 베란다 등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지 않은 곳에 두면 안 된다. 배터리가 충격을 받았다면 분리막이 변형될 수 있으니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수리를 받아야 한다.

#리튬이온 배터리#전동 스쿠터#화재#열폭주#전기 이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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