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최근 패널인증제를 들고나왔다. 당 대표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뽑아 방송에 패널로 출연시키겠다는 취지다. “방송에서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건 해당행위”라며 제명까지 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상 방송에 나가 당을 비판하는 인사는 내쫓을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 당내에선 “전두환 때 보도지침”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후 열흘 가까이 별말 없던 국민의힘은 15일 새 대변인단 명단을 발표했다.
▷원외 인사들로 9명을 꾸렸는데, 그중 5명이 처음 만든 미디어대변인이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 반탄 인사나 친윤계로 분류된다. 국민의힘은 방송에 집중 투입해 당의 입장을 신속히 전달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패널인증제라는 명칭을 쓰진 않았지만 이들이 TV와 라디오에 출연하는 ‘공식 스피커’라는 뜻이다. 당내에선 패널인증제의 신호탄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패널 출연 여부는 방송사가 정할 일이다. 당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특정 인물들만 출연시켜달라고 방송사에 요구한다면 그 자체로 언로를 막겠다는 시도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장 대표가 패널인증제를 꺼내 든 건 강성 당원들의 ‘윤 어게인’ 주장에 올라타 당선된 이력과 무관치 않다. 실제 강성 당원들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주장해 온 인사 30명을 ‘위장 우파’로 규정하고 패널 배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일종의 ‘출연 불가 블랙리스트’인 셈인데, 그렇게 다 쳐내고 나면 방송에 나와 하는 말은 앵무새처럼 당 대표와 똑같아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금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이다. 당장 장 대표부터 17일 윤 전 대통령 면회를 신청한 사실을 밝혔다. 불법 계엄을 반성하고 변화를 약속해도 모자랄 판에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탄핵 반대 당론을 비판한 인사들과 같이 갈 수 없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 일부 당 지도부는 탄핵이 부당하다며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석방을 공공연히 주장했다. 패널인증제는 당 지도부가 이런 퇴행적 모습을 보여도 국민의힘 패널들은 무조건 옹호해야 한다는 논리로 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언론의 비판을 외면하고 극우 성향 유튜브에 심취하다 독단에 빠졌다. 국민의힘도 극우 성향 유튜버들은 가까이하면서 당내 비판은 봉쇄하려 하고 있다. 보수가 이제라도 외연을 넓히고 신뢰를 회복하려면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부터 보장하는 게 먼저다. 사실 국민의힘은 3년 전 여당 시절에도 패널인증제와 비슷한 방침을 추진한 적 있다. 방송사들에 공문까지 보냈다가 언론을 통제하려 한다는 지적에 흐지부지됐다. 이를 다시 운운하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여전히 ‘윤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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