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稀土類)는 이름과 달리 희귀하지 않은, 원소주기율표에 있는 금속이다. 네오디뮴(Nd), 세륨(Ce), 프라세오디뮴(Pr) 등을 포함한 17개 원소를 일컫는다. 희토류가 첨단 기술의 ‘소금’이 된 것은 극소량으로도 기능을 향상시키고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는 특성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0.24g), 테슬라 전기차(520g), F-35 전투기(408kg) 등에 고루 쓰이며 심지어 핵잠수함에도 필요하다.
▷올해 4월 미국이 중국에 145%의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보복 관세와 함께 희토류 수출 금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발광다이오드(LED), 풍력 발전, 반도체, 전기차, 로봇,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의 필수품인 희토류가 막히자, 미국 제조업이 마비 위기에 몰렸다. 다급한 미국이 먼저 손을 내밀었고 5월 무역 협상을 통해 관세를 115%포인트씩 낮추기로 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재개가 당시 휴전 성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다가 중국이 9일 다시금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날 미국 증시는 경기를 일으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높이 존경받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라는 아첨을 하게 만들 만큼 중국은 세계 희토류 공급망을 독점하고 있다. 희토류 전쟁에서 패하면 기술, 군사 패권 전쟁에서도 승산이 없다. 희토류는 매장량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17개 원소가 화학적 성질이 비슷해 분리가 어렵다. 이때 독성이 강한 황산, 염산 등을 용매로 사용하는데 폐수가 흘러나와 땅과 물을 오염시킨다. 우라늄 같은 방사성 원소가 포함돼 그 폐기물 처리도 골칫거리다. 희토류 1t을 생산할 때 방사성 폐기물 1t이 나오고, 산성 폐수는 20만 L가 배출된다.
▷지금은 고비 사막 끝자락에 있는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바오터우 광산이 ‘희토류의 수도’로 불리지만, 불과 40∼50년 전만 해도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의 마운틴패스 광산이 세계 시장을 지배했다. 2002년 이 회사는 문을 닫았다. 환경 규제로 인한 법적 다툼에 휘말린 데다 가격이 몇분의 1, 몇십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중국산 희토류의 공습으로 타산이 맞지 않았다. 미국에서 희토류 산업은 퇴출당했고 갈수록 중국에 의존하게 됐다.
▷희토류의 전략적 가치를 알아본 중국은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며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이제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 정제·가공의 90%를 장악했다. 환경 오염에 개의치 않고, 값싼 노동력을 동원하는 중국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환경단체들은 네이멍구 바오터우 광산 인근 지역이 유독한 폐수로 식수가 오염되고, 토양은 방사성 물질 범벅이라고 경고한다. 중국은 미국의 급소를 겨눌 무기를 갖게 됐으나, 그 대가로 자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내줄 참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