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범고래’ 프로젝트에 도전장 낸 K-잠수함[횡설수설/신광영]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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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2, 3척이 운용되는 해역에는 누구도 쉽게 침범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바닷속 유령’이라고 불릴 만큼 탐지가 어려워 적군으로선 잠수함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무장을 했는지 알 수 없어 도발 억제 효과가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위협을 실감한 폴란드가 최근 심혈을 기울이는 게 바로 이런 잠수함 도입이다. 폴란드는 북쪽으로 발트해가 있는데 러시아 주력 해군 기지인 칼리닌그라드가 코앞이라 발트해를 러시아에 내주면 내륙에 갇히게 돼 위험해진다.

▷제2차 세계대전 때도 독일에 침공당한 폴란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준 게 잠수함이었다. 당시 독수리란 뜻의 ‘오제우(Orzeł)’로 불렸던 폴란드 잠수함이 임무 중 독일군에 억류될 뻔했다가 대원들이 극적으로 잠수함을 타고 탈출해 영국 해군에 합류했다. 이후 독일 병력 수송선을 침몰시키는 등 저항의 상징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폴란드는 2차대전 이후 소련 체제를 거치며 잠수함이 노후화돼 지금은 쓸 만한 게 없다고 한다.

▷폴란드가 추진 중인 신형 잠수함 도입 사업인 ‘오르카(Orka) 프로젝트’는 ‘오제우’를 계승한 명칭이다. 오르카는 바다의 지능적 포식자로 유명한 범고래를 뜻한다. 강력하고 은밀한 작전 능력을 갖춘 잠수함 체계를 갖추겠다는 취지다. 3척 수주 규모가 3조4000억 원에 달하고, 유지 보수까지 포함해 8조 원 규모인 대규모 방산 사업이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이 단일팀으로 수주에 나섰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무기 수출 세일즈 특명을 받고 폴란드로 출국할 예정이다.

▷한국은 2011년 인도네시아에 잠수함을 수출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독일에서 전수받은 기술로 만든 것이지만 이번에 폴란드 잠수함을 수주한다면 순수 국산 기술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첫 사례가 된다. 게다가 폴란드와 수출 계약이 체결된 K9 자주포나 K2 전차 등 육군 전력에 이어 첨단 해군 전력까지 유럽에서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 폴란드는 쇼트리스트(적격 후보군) 발표를 앞둔 가운데,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선 우리가 독일과 함께 최종 후보군에 이미 올라 있다.

▷오르카 프로젝트에는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도 뛰어들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한국이나 미국산 대신 유럽산 무기를 사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K잠수함의 기술력은 위협적이다. 배터리 강국답게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수중 작전 지속 시간을 획기적으로 높였고, 건조 속도는 유럽에 비해 1.5∼2배가량 빠르다. 무엇보다 한미 조선 협력인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이 우리의 군함 건조 능력을 세계 최고로 인정한 것도 수주 경쟁에서 플러스 요인이 될 듯하다.

#잠수함#폴란드#오르카 프로젝트#발트해#러시아#방산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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