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검사가 어디까지 수사할 수 있는지는 특검제도 도입 초기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2001∼2002년 활동한 ‘이용호 특검’ 당시 검찰총장의 동생 신모 씨는 이용호 씨에게서 금품을 받고 금융감독원 등에 로비를 벌인 혐의로 기소되자 ‘특검의 수사 범위를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이용호 특검법에 적힌 수사 대상에 신 씨를 직접 지목하는 부분은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신 씨가 낸 상고를 기각하면서 특검법의 입법 배경과 목적 등을 감안해 법에 정해진 수사 대상과 “합리적 관련성”이 인정된다면 특검이 수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 판례가 특검 수사 범위의 한계를 가르는 기준이 됐다. 김건희 특검이 기소한 사건 중 국토교통부 김모 서기관이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 씨가 한학자 총재의 불법 원정 도박 증거를 인멸한 혐의, ‘김건희 집사’로 불린 김예성 씨가 자신의 회사에서 자금을 빼돌린 혐의에 대해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한 것도 이 판례를 따른 것이다. 이들 사건을 담당한 3개의 재판부는 각 사건이 특검법상 수사 대상과 합리적 관련성이 없으므로 ‘기소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다. 항소심에서 결과가 바뀔 수도 있지만, 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잇따라 지적을 받은 건 특검으로선 망신스러운 일이다.
줄줄이 공소기각… 체면 구긴 김건희 특검
김건희 특검법은 김 여사와 관련된 15개의 구체적 의혹과 함께 ‘이들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도 수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3개의 사건도 이 규정을 근거로 수사가 이뤄졌다. 그런데 합리적 관련성이 인정되려면 단순히 ‘15개 의혹 수사 중에 알게 됐다’는 것으론 부족하고 “시간적, 장소적, 인적 연관성이나 증거의 공통성” 같은 구체적인 접점이 있어야 한다는 게 각 법원의 판단이다. 세 사건 모두 이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결과가 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김 서기관의 경우 특검 수사 대상인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에 관여했고 특검이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뇌물 혐의를 인지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뇌물을 받았다는 시기에 김 서기관은 양평고속도로 업무에 관여하지 않은 점, 뇌물을 준 사람이 양평고속도로와 무관한 인물인 점 등 양평고속도로 사건과 뇌물은 합리적 연관성이 없다고 봤다. 윤영호 씨, 김예성 씨 담당 재판부도 이들이 기소된 내용은 김 여사 의혹과 관련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한마디로 ‘별건 수사’였다는 얘기다.
전철 밟지 않으려면 ‘선택과 집중’ 필수
이미 수사를 끝낸 김건희 특검의 문제점을 짚은 건 이달 하순 수사를 개시할 ‘2차 종합특검’도 자칫 비슷한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어서다. 2차 특검은 3대 특검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의혹 13개 및 관련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한다. 김건희 특검 못지않게 수사 대상이 방대한 데다 관련 사건까지 무분별하게 손댄다면 중구난방으로 수사가 진행될 소지가 있다.
수사 범위에 제한이 없는 경찰이나 과거의 검찰과 달리 특검은 태생적으로 수사 대상이 한정돼 있다. 그 테두리를 넘어 칼을 휘두르면 형사사법 체계에 혼란이 생기고 수사 결과의 신뢰도 약해지게 된다. 윤영호 씨 재판부가 “특검에 의한 실체적 진실 발견의 필요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수사 대상이나 범위가 자의적으로 선정돼 오히려 공정성과 객관성이 흠결되는 결과가 초래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2차 특검에게는 ‘선택과 집중’이 구호 차원을 넘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철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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