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수요 못 따라가는 한국 콘서트장[기고/최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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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
올해는 서울에서 대형 콘서트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서울에서 5만 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은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서울월드컵경기장, 고척돔 등 체육시설뿐이었다. 그런데 잠실 주경기장은 리모델링에 들어가 2026년 말까지 공사가 진행된다. 여기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잔디 훼손 문제로, 고척돔은 프로야구 개막으로 인해 콘서트를 위한 대관이 어려운 상황이다.

전용 콘서트장은 없을까. 서울 도봉구 창동에 ‘서울아레나’가 건설 중이지만 2027년 완공 예정이다. 서울과 가까운 경기 고양시에 33만 ㎡(약 10만 평) 규모의 전용 공연장 등을 짓는 ‘K컬처밸리’ 프로젝트는 CJ와 경기도 간 협약 해제 이후 사업 재개 계획이 발표됐으나 실제 건설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는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이 유일한 대안이다.

이렇다 보니 꼭 대형 콘서트가 아니더라도 콘서트를 위한 대관 자체가 어려워졌다. 기본적으로 체육시설에선 스포츠 경기 일정이 있으면 대관할 수 없다. 콘서트를 열 수 있는 날이 제한되다 보니 기획사들은 대관을 위한 경쟁에 사활을 건다. 이 과정에서 대관일을 부풀리거나, 대관 심사 점수를 높게 받으려고 티켓 가격을 조정하는 등 편법이 발생하기도 한다.

무사히 체육시설을 대관하더라도 차등 대우를 받는다. 시설의 본목적인 체육행사가 아닌 공연행사라는 이유로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는 것이다. 예컨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만 봐도 그렇다. ‘올림픽공원 경기장시설 및 옥외시설 규정’에 따르면 콘서트 등 문화행사는 기본 계약금으로 예상 대관료의 30%를 지불해야 해 체육행사(10%)보다 많다. 취소에 따른 위약금도 다르다. 일반·공공행사, 체육경기 등은 취소일을 기준으로 위약금을 차등하게 적용받는 반면에 문화예술행사는 대관 승인을 받은 뒤 대관을 취소할 경우 사용 예정일과 관계없이 계약금 전액을 위약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대관 수익은 해당 체육시설의 유지보수 등에 사용되는 것 외에는 체육진흥기금으로 전입돼 문화산업에 대한 재투자도 적다.

대관에 이어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하더라도 아티스트에게 부담이 따른다. 앞서 임영웅, 아이유, god 등의 콘서트 후일담엔 ‘잔디 훼손’이란 불편한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이렇기에 비난을 피하려면 잔디 복구를 위해 엄청난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실제 잔디가 훼손되기라도 하면 사회적인 비난까지 감수해야 한다. 불청객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이다. K팝이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하고 글로벌 문화현상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정작 본고장에서는 설 무대를 찾기 어려운 게 K팝 공연의 현실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최대 돔형 공연장인 ‘스피어’는 음악 및 엔터테인먼트 전문 아레나로서 가수들에게는 꿈의 공연장이 됐다. 동시에 지역 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해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들이 힘을 합쳐 음악 전문 아레나 건설에 좀 더 관심을 가진다면 K컬처를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곳곳에 K팝 위상에 걸맞은 공연 인프라가 조성돼 아티스트들이 스포츠 경기 일정이나 잔디 훼손 우려를 의식하지 않고 공연에 집중할 수 있기를 기다려본다.

#K팝#수요#한국 콘서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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