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났네?” 출생아 수 반등의 함정[기고/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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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을 보면, 올해 5월 출생아 수는 2만309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41명(3.8%) 늘었다. 1∼5월 누적 출생아 수 역시 2024년 9만9194명에서 2025년 10만6048명으로 6.9% 증가했다. 이 때문에 인구 감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낙관적인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때 이른 기대는 접는 것이 좋다. 출생아 수 증가는 내년이나 머지않아 멈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24년과 올해 출산이 가장 많은 연령대, 이른바 ‘주 출산 연령대’는 30∼34세다. 1991∼1995년생으로, 1980년대생보다 출생 규모가 컸던 세대다. 1990년대생이 아이를 낳고 있기 때문에 출생아 수가 늘어난 것이다. 1980년대 연간 출생아 수는 1990년대보다 적었다. 이는 여아 낙태의 여파다.

연간 출생아 수는 1984년 67만5000명에서 1987년 62만 명대로 떨어졌다. 이후 태아 성감별을 처벌하고 남아선호 사상이 약화되기 시작한 1989년 이후 출생아 수가 다시 늘었다. 1990년 65만 명을 넘었고 1991년 약 71만 명, 1995년에는 71만500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1996년부터는 70만 명 아래로 내려갔고, 그 뒤로는 계속 감소했다.

‘모(母)의 연령별 출산율’은 해당 연령 여성 1000명당 태어난 아이 수를 말한다. 2024년 한 해 30∼34세 여성 1000명당 70.4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2024년 5월만 보면 67.6명이고, 2025년 5월에는 69.1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명 늘었다. 2025년 기준 이 연령대는 1991∼1995년생으로, 1989년 이후 여아 낙태가 줄면서 출생아 수가 늘었던 세대다.

그러나 2026년부터는 주 출산 연령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즉 연간 70만 명 이상이 태어났던 여성들이 빠져나간다. 그 대신 1996년 이후, 70만 명 이하로 태어났던 세대가 주 출산 연령대로 들어온다. 내년부터 주 출산 연령대 여성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출생아 수 증가 추세는 멈출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증가는 희망적 신호라기보다 아이를 낳지 않게 만드는 사회 구조의 문제에서 시선을 돌리게 하는 착시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이들이 출산 기피 이유로 ‘비용 부담’을 꼽지만, 이는 단순한 기본 양육비가 아니다. 한국 사회의 극단적인 경쟁 구조가 부모에게 강요하는 ‘압박 비용’이다. 사교육비, 주거 환경, 체험 활동 등 막대한 비용이 부모의 삶을 옥죄고 있다. 부부가 아무리 벌어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출산 장려금 확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교육 개혁과 사회 구조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압박 비용’이 사라지고 출산 의지도 생긴다.

출생아 수의 단기 증가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개조라는 근본적 변화 없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 이른바 ‘87년 체제’로 상징되는 낡은 정치구조가 사라지고, 부모의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노동시장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저출산 대응의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다. 이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한국 사회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담대한 개혁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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