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열기가 뜨겁다. 한 시즌 최다 매진 기록을 이미 갈아치웠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으니, 이 기세를 살려 프로야구 관중 1500만 아니, 2000만도 달성할 수 있을까? 별다른 투자 없이 잘만 되면 관중을 2배로 늘리는 그런 방법이 하나 있다. ‘스마트 경기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 스마트 경기장은 스마트폰 사용을 편하게 만든 경기장이 아니다. 스마트폰으로부터 자유로운, ‘스마트폰 프리(free)’ 경기장이다.
스마트 경기장은 스마트폰 때문에 감춰진 야구를 보는 진짜 재미를 되찾아줄 것이다. 경기 내내 1점 지고 있던 우리 팀이 9회말 2아웃 풀카운트에 나온 역전 안타로 경기를 뒤집어 승리했다고 생각해 보자. 여기서 오는 극적인 짜릿함, 긴장이 해소되는 해방감, 내가 경기에서 이긴 것 같은 성취감이야말로 야구의 참맛이다. 그런데 이런 감정은 경기에 집중하고 빠져들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체험, 몰입의 효과다. 스마트폰을 확인하느라 경기와 스마트폰 사이를 쉴 새 없이 들락거리는 팬들은 이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
내가 경기를 이긴 것 같은 성취감은 아무 데서나 흔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야구장에서의 체험과 몰입은 그만큼 더 짜릿하고 기억에 남는 즐거움을 준다. 그러니 스마트폰에서 해방된 경기장에서 팬들은 순간 사라지는 공허한 자극을 잠시 포기하는 대신에 평생 잊지 못할 강렬한 쾌감과 그동안 몰랐던 야구의 진짜 재미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경기장은 정신건강에 꽤나 효과가 좋은 사회적 처방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는 악화 일로에 있다. ‘불안 세대(Anxious Generation)’의 저자 조너선 하이트를 비롯해 전문가들은 정신건강 위기의 주원인이 스마트폰 과의존이라고 말한다. 과의존으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를 개선하는 최선의 방법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스마트 경기장은 스마트폰으로부터 잠시라도 자유로워질 좋은 기회다. 좋아하는 야구를 더욱 재미있게 보기 위해 야구장에선 스마트폰과 잠시 떨어져 보는 것이다. 영화관에서 스마트폰을 꺼두는 것처럼 말이다. 스마트폰 없는 환경이 흔하지 않기에 일상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느끼고, 소셜미디어의 업무 알림에서 벗어난 정신적 휴식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경기장에선 함께 온 사람들과 대화하고 어울리며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다. 모르는 관중과도 같은 팀을 응원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 대신 동료 팬들과 현장에서 부대끼고 경기에 몰입하다 보면 해당 팀에 대한 소속감도 강해질 뿐만 아니라 팀이 승리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도 커질 것이다. 아이와 함께 ‘디지털 없는 시간’을 보내며 집중력, 감정 표현, 공감 능력 등을 기를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이 같은 자녀 교육 효과는 부모들에게 솔깃한 제안이 아닌가.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시간을 보내는 ‘스마트폰 프리 캠프’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으로부터 우리를 떨어뜨려 줄 수 있는 장소나 활동을 찾는 욕구가 커지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대한 끌림은 너무나 강력해서 개인의 의지만으론 벗어나기 어렵다. 가족, 친구, 동료와 함께 잠시 스마트폰으로부터 해방될 공간, 스마트 야구장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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