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국가 고용서비스의 혁신이 필요하다[기고/이재갑]

  • 동아일보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장관(수원대 대학원장)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장관(수원대 대학원장)
“지금 하는 일이 5년 뒤에도 남아 있을까.”

인공지능(AI) 시대를 사는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질문이다.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일의 내용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직무는 사라지고, 어떤 직무는 새로 생긴다. 이제 중요한 것은 한 번 취업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맞춰 다음 일을 준비하고 옮겨갈 수 있는 전환 능력이다.

노동시장은 안정보다 이동이 기본이 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한 번의 선택이 평생을 결정하던 시대에서, 여러 번의 이동과 재설계를 반복해야 하는 시대로 들어섰다. 그렇다면 국가가 해야 할 일도 분명하다. 국민이 전환의 과정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돕는 것, 바로 ‘전환 지원’이다. 이 역할을 맡아야 할 곳이 고용센터이다. 구직자에게 실업급여, 상담과 취업 지원, 훈련 지원 등 국가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고용센터가 이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담은 짧고 형식적이며, 구직활동 확인이나 행정 처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그 배경에는 이유가 있다. 인력 부족과 과중한 업무 부담이다.

제한된 인력으로 많은 구직자를 상대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깊이 있는 상담이나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 결과 고용서비스는 개인의 경력과 역량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단편적 지원에 머무르게 된다. 이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한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AI 기술이다. AI를 활용하면 개인의 경력, 기술, 선호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가능한 직무 이동 경로와 전환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 반복적인 행정 업무는 자동화하고, 상담 인력은 보다 중요한 경력 설계와 전환 지원에 집중할 수 있다. 초개인화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이미 해외에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벨기에 플랑드르의 고용지원기관 VDAB는 AI를 활용해 구직자의 취업 가능성을 분석하고, 이동 가능한 직무와 필요한 훈련을 제시하고 있다. 프랑스도 2024년부터 고용서비스를 실업자 지원에서 보다 많은 국민의 경력 전환을 돕는 체계로 전면 개편했다.

이제 우리도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인력 부족을 이유로 형식적 서비스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AI를 활용해 전환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로 바꿀 것인가. 답은 분명하다. 고용서비스는 취업 지원을 넘어 전환 지원을 중심으로 재설계돼야 한다.

첫째, AI를 활용해 개인의 경험과 역량을 분석하고, 이동 가능한 직무와 필요한 훈련을 연결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상담 인력은 행정 처리에서 벗어나 경력 설계와 전환 지원에 집중하는 전문 인력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셋째, 실업자 중심에서 벗어나 재직자, 이직 희망자, 청년, 퇴직자까지 포함하는 지원 체계로 확대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인적자원관리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평생직장은 이미 사라졌다. 이제 경쟁력은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얼마나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느냐’에서 결정된다. 전환을 지원하는 체계가 없다면 개인도 경제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고용센터 개편은 선택이 아니다. AI 시대 전환을 지원하는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과제다.

#인공지능#고용센터#전환 지원#경력 설계#실업급여#직무 이동#맞춤형 상담#노동시장 변화#AI 자동화#평생직장 소멸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