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조권형]민주당, 다수결 강행 대신 실력과 품격으로 리드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7일 2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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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권형 정치부 기자
조권형 정치부 기자
“예전엔 집권 초 개혁 골든타임을 1년쯤이라 했는데, 요즘은 6개월도 안 되는 것 같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의 말이다. 모바일과 인터넷의 발달로 여론 흐름이 빠르게 바뀌는 만큼 대선 직후 컨벤션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 그만큼 개혁 과제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뜻이다.

민주당 지도부도 비슷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달 원내대표 경선에서 “지금부터 6개월이 개혁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달 2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당 대표 후보인 정청래 박찬대 의원도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을 추석 전에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은 이미 쟁점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방송 3법’과 지역화폐 발행에 국가 재정 지원을 의무화한 ‘지역화폐법’은 소관 상임위에서 야당인 국민의힘의 반발을 불사하고 표결로 처리했다. 이 외에 ‘노란봉투법’ ‘농업 4법’ 등에 대해서도 조속한 처리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모두 윤석열 정부 시절 민주당이 단독 처리했다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되면서 극단 대립을 불렀던 법안들이다.

숙원 과제라 해도 야당과의 합의 없이 해치우듯 밀어붙이는 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한 정치일까. 강행 처리는 야당과의 갈등을 격화시키고 협치가 설 공간을 줄어들게 한다. 여당 지지층은 만족하겠지만 중도층과 야당 지지층에는 오만한 이미지가 가랑비에 옷 젖듯 누적될 터다. 더 큰 리스크는 법 시행 이후에 있다. 졸속 입법 문제가 불거지고 부작용이 발생하면 여당이 그 책임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개혁 과제는 야당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치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필수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개혁 대상의 피해와 앙금을 최소화하는 것도 집권 세력의 책임이다. 그러지 못하면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고 시행 과정에서 후유증이 지속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4법,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 등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되는 이유다.

야당과 반목하면 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은 5분의 2가량의 상임위에서는 국정 과제 입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코스피 5,000 프로젝트’를 뒷받침할 자본시장법, 자영업자 협상력을 높이는 가맹점·대리점 거래 공정화법 등이 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무위원회 소관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해당 상임위 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도 거론한다. 그렇더라도 상임위 통과에만 최장 180일이 걸려 민생 대책과 경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여당이 선택할 바는 아닌 것 같다.

민주화 이후 두 번째로 집권 초 과반 의석을 가진 여당에 걸맞은 협상력과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란다. 야당과의 합의로 원만하게 법안을 통과시켜야 정권 중반에 치러질 총선에서도 국정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에서 정점을 찍었던 여야의 극한 대립과 이후 비상계엄, 탄핵 정국에서 받은 충격과 고통을 잊지 않았다. 최근 여야는 상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했다. 검찰개혁에도 야당을 참여시키길 바란다. 이제는 실력과 품격으로 부드럽게 리드하는 여당을 가질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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