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유종]외국인 환자 100만명 첫 돌파… 성형 넘어 의료 전반 확대를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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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강남 피부과 의원 한 곳에만 외국인 환자 1만 명이 다녀갔습니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환자는 117만 명으로 2023년(61만 명)보다 약 2배로 증가했다. 올해도 외국인 환자가 계속 늘고 있어 연말까지 약 140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환자 1명이 약 153만 원씩 썼고, 전체 의료비는 1조4052억 원에 달했다. 외국인 환자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에 가져다주는 수입은 더 많다. 환자는 보호자, 지인 등과 함께 입국하기 마련이라 경제적 파급 효과도 상당하다. 보호자, 지인 등과 함께 쓴 의료관광 지출액은 무려 7조5039억 원이다. 국내 생산에는 13조8569억 원, 부가가치로는 6조2078억 원이 창출됐다.

외국인 환자가 최근 급증한 이유는 일본과 중국에서 20, 30대 여성들이 한국 미용의료 서비스를 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국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레이저, 보톡스, 필러 등의 시술을 받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실제 외국인 환자 68%는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찾았다. 이들에겐 본국으로 돌아갈 때 공항에서 부가가치세를 환급 받는 것도 상당한 매력이다. 지난해 미용·성형의료 용역 부가가치세 환급은 101만 건, 금액으로는 955억 원에 달했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설문조사 등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며 한류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 미용의료 수요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환자 전용 입원시설을 운영하며 아랍어, 러시아어까지 가능한 전담 인력이 상주할 정도로 병의원의 노력도 적지 않다. 제주, 부산 등 비수도권에서도 치과, 한방 등 특화된 진료 분야와 지역 관광자원을 연계해 외국인 환자를 유치했다. 강원도의 한 리조트에서는 사상체질검사를 하며 건강상담을 하고 체질에 맞는 한방피부미용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국내 한방 병의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만 84.6% 늘었다.

다만 미용의료는 유행에 민감해 수요 변화가 클 뿐만 아니라 태국, 말레이시아 등 다른 국가에서도 가능하다. 국내 의료진 수준을 고려할 때 중증질환, 희귀질환 등 고난도 수술에서도 더 많은 외국인 환자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넘어 무게중심을 점차 중증질환, 희귀질환으로 이동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이미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등에서 건강검진, 내과 진료 등 자국에서 충족하지 못하는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입국하는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는 직항편마저 끊겼으나 방문 환자는 전쟁 전인 2021년 6412명에서 지난해 1만6622명으로 늘었을 정도다.

국내 의료진의 중증질환 진료 수준은 실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측면도 있다. 국내 환자는 소홀히 진료하고 외국인 환자를 위한 돈벌이에만 몰두한다는 우려 때문에 대형병원들이 외국인 환자 유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외국어가 가능한 간병인 확보와 전문 의료 코디네이터 양성 등 실무적인 보완책도 요구된다. 의료 서비스는 단순히 의술에 그치지 않고 제약, 바이오, 관광 등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호기를 놓치지 않도록 더 매진해야 할 때다.

#외국인 환자#의료관광#미용의료#의료 서비스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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