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새샘]비난-칭찬 없는 공급대책… ‘각자도생’ 냉소 키운다

  • 동아일보

코멘트
이새샘 산업2부 차장
이새샘 산업2부 차장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이 8일 조사 대비 0.12% 올랐다. 9·7 공급대책 발표 이후 2주 연속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커진 것이다. 이른바 ‘한강벨트’로 불리는 성동구와 마포구 등이 특히 크게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6억 원 제한에 걸려 대출 가능 액수가 줄어드는, 6·27 대출규제의 ‘타깃’이라고 분석됐던 지역들이다. 6·27 대출규제의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사실 이런 상황은 공급대책 발표 당시에 이미 예견돼 있었다. 대책이 발표된 뒤 시장 반응은 “생각보다 별 내용 없다”는 냉소와 무관심이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국토교통부가 시장 과열을 이유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한다든가,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집값의 50%에서 40%로 더 줄이는 등의 수요 억제책에 관심이 더 많이 쏠렸다. 최근의 상승세 역시 추가 규제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에 “더 사기 어려워지기 전에 사자”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공급대책에 사람들이 무관심한 이유는 피부에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9·7 공급대책은 사실 ‘대책’이라기보다는 정부의 주택 공급 ‘방법론’에 가깝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 시행을 통해 질 좋은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LH 개혁위원회 논의 이후로 발표를 미뤄뒀다.

국토부는 그동안 인허가 기준으로 집계하던 공급 목표를 착공 기준으로 집계해 발표한 것을 성과인 것처럼 말하지만 착공 기준이든 인허가 기준이든 목표일 뿐이라는 점은 똑같다. 당장 집을 살지 말지 고민하는 실수요자 처지에선 어디에 언제 착공하고 입주한다는 계획이 없다면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과거에도 LH 시행, 민간 건설사 시공으로 진행된 사업은 있었다. 하지만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을 받거나, ‘철근 누락’ 사태의 진원지가 되는 등 여러 논란이 많았다. 그런데 LH 개혁위원회 구성을 보면 사회적 기업이나 시민단체, 민간 연구원 관계자 등으로 채워져 있다. 시공이나 시행 분야 전문가라고 볼 만한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 과연 외부 전문가 없이 각종 논란을 예방할 방법을 마련할 수 있을까. 택지 매각이라는 수익원 없이 LH가 시행만으로 돈을 벌어 각종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9·7 공급대책은 이런 수많은 의구심을 해소해 나가야 하는, 미완성 상태라고 봐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 11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공급정책을 발표했는데 칭찬도 비난도 없는 걸로 봐서는 잘한 것 같다”고 이번 대책을 평가했다. 비난도, 칭찬도 없는 이유는 무관심과 냉소 때문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어차피 정부 대책에는 기대할 것이 없으니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냉소는 더 큰 집값 오름세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9·7 공급대책이 성공한 대책이 되기를,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는 일반 국민들이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9·7 공급대책#대출규제#한강벨트#주택담보대출#집값 상승세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