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 한국 쇼트트랙 선수 최초로 개인전(여자 1500m) 3연패에 도전한다. 하지만 ‘쇼트트랙 여왕’이라고 불리는 최민정도 선수 커리어를 시작하기도 전에 마칠 뻔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자 최민정의 어머니 이재순 씨는 딸에게 “운동을 계속할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이 씨는 최민정에게 두 군데 기관에서 적성검사를 받게 했다. 한 곳은 운동을 계속 시키라고 했고, 한 곳은 공부를 할 것을 권했다. 이 씨는 최민정에게 최종 선택을 맡겼다. 결국 운동을 택한 최민정은 이로부터 7년 뒤 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전 종목을 석권했다. 이어 2014∼2015시즌부터 현재까지, 자진해서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던 2023∼2024시즌만 빼고 한국 쇼트트랙 하이라이트 필름에는 늘 최민정이 중심에 있었다.
최민정 사례는 주니어 무대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조차 재능을 일찌감치 판단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최민정처럼 주니어 시절 국제 대회에서 활약한 선수가 성인 무대까지 경쟁력을 이어가는 비율 또한 극소수다.
독일 카이저슬라우테른-란다우 RPT대 아르네 귈리히 교수가 이끈 미국-유럽 공동 연구팀은 각 분야에서 ‘월드 클래스’ 수준의 두각을 나타낸 전 세계 인재 3만4839명의 커리어를 분석했다. 스포츠 선수뿐 아니라 분야를 막론하고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이들이 연구 대상에 포함됐다.
연구 결과는 유년기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사람이 성인이 되어서도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보일 것이라는 통념을 뒤집었다. 주니어 국제 무대에서 활약한 스포츠 선수 중 82%는 성인이 되어서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이어가지 못했다. 거꾸로 시니어 국제 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선수 중 72%는 주니어 시절 국제 무대 경험이 없었다. 월드 클래스 선수도 능력이 점진적으로 발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캐나다의 남자 쇼트트랙 선수 윌리엄 단지누가 대표 사례다. 단지누는 이번 시즌 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2차 대회에서 개인전 전 종목과 남자 5000m 계주, 혼성 계주까지 금메달 5개를 싹쓸이했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도 단지누의 목표는 5관왕이다. 그런데 단지누는 4년 전 베이징 올림픽 때는 자국 대표팀에 승선도 못 했던 선수다.
올리비에 장 캐나다 쇼트트랙 대표팀 기술 코치는 “최민정이나 빅토르 안(안현수)처럼 어릴 때부터 활약하다 ‘레전드’가 되는 경우는 극소수다. 월드 클래스 선수들 역시 기술과 신체를 다듬을 수 있는 시간과 지원, 기회를 통해 성장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설명한다.
사실 최민정도 운동을 계속하기로 결정한 이유가 ‘특출난 재능’ 때문은 아니었다. 최민정은 “초등학교 때 엄청나게 잘하던 선수는 아니었다. 체격도 작고 편식도 했다. 그런데 찬바람 맞으면서 달리는 게 재미있었다”고 했다. 앞선 두 차례 올림픽에서 메달 5개(금 3개, 은메달 2개)를 딴 최민정은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 하나만 추가해도 양궁 김수녕, 사격 진종오와 함께 한국 선수 역대 올림픽 최다 메달 타이기록(6개)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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