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처음 도배를 배우던 때가 종종 생각난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팀에 들어온 동갑내기 친구가 있었는데, 우리에게 도배를 가르쳐주던 반장님은 똑같은 구조의 벽을 누가 더 빨리 마감하는지 지켜보며 자주 경쟁을 시키곤 했다. 학창 시절부터 늘 경쟁에 시달려 왔던 나는 경쟁 자체를 무척 싫어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일당을 받는 그 친구에게 뒤질 수 없어서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다. 180cm가 넘는 큰 체구에 쉽게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가진 그 친구와 겨루기에는 내 체격과 체력에 분명 한계가 있었지만, 그래도 그 친구를 따라잡기 위해 숨이 턱까지 차도록 달렸던 생각이 난다.
그 친구와 경쟁을 하면서도 나는 늘 의문이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걸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어날 텐데 반장님은 굳이 왜 경쟁을 시키는 걸까. 원망스러울 때도 많았다. 그러면서 이 다음에 내가 팀장이 되면 팀원들을 경쟁시키지 않으리라 다짐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팀장이 되었을 때에는 경쟁보다는 서로서로 도와가며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경쟁을 피하려고 애를 썼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 내 사업을 시작하고 보니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실력 좋은 많은 도배사들과 이제 막 도배 사업에 뛰어들어 열을 올리는 젊은 도배사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을 피할 수가 없다. 고객들이 그 많은 도배사들 중에서 나를 선택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기술력과 우리 팀의 강점이 분명하게 있어야 하고, 또 그것을 드러내 보이는 홍보 또한 중요하다. 소셜미디어에 어떻게 올려야 사람들이 나와 우리 팀을 선택할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받되 그 비용이 너무 비싸도 안 된다. 도배 품질 역시 다른 도배사들과 비교해 조금이라도 더 눈에 도드라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현장에서는 정말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일해야 하고, 일이 끝난 후에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난 일에서 부족함은 없었는지 돌이켜보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더 나은 도배 작업이 될지 개선 방안을 늘 생각한다.
나는 경쟁이 싫었고 지금도 싫다. 경쟁에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면 경쟁 상대가 미워지기도 하고, 이길 수 없으니 괜히 깎아내리게 된다. 그런 내 모습이 못나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 경쟁은 나를 성장시킨다는 것이다. 처음 도배를 배울 때 그 친구와 그렇게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내 실력은 훨씬 더디게 향상됐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그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는다면 이만큼 열심히 일하고 고민하고 발전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어차피 나는 이미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고 도배를 계속 하는 이상 이 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알게 모르게 발전하고 있는 내 모습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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